[방한 반기문, 대선출마 시사]
귀엣말 하는 정진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만찬 직후 퇴장하던 중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악수하며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중앙일보 제공
25일 제주공항에 도착해 6일간 방한·방일 일정을 시작한 반 총장은 이날 관훈클럽 포럼에서 남은 총장 임기에 대한 구상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반 총장은 북핵 문제를 압박하는 과정에도 북한과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제 임기가 7개월 남았지만 그중에라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방북과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한 긴장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 총장은 “2007년부터 담당한 키프로스 통일 문제는 유엔이 저에게 해결을 위임했지만 북한 문제는 아직 위임이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총장 개인의 이니셔티브를 갖고 북측과 계속 대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체력 상태를 거론하며 대권에 대한 간접적인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 총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온 민주당 후보는 70세(힐러리 클린턴), 76세(버니 샌더스)다. 저는 10년 동안 100m 달리기를 하듯이 일을 해 왔다. 1년에 하루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도 없다. 한국 같은 선진사회에서 체력은 별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대선 출마에 대해 직접 언급을 피하던 그가 미국 대선 후보를 빗대며 건강 우려를 불식하고자 한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1944년생인 반 총장은 72세다.
현실 정치에 대한 의견 개진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을 받은 반 총장은 “국가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우선순위는 남북통일이지만 그 전에 남한이라도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좁은 커뮤니티 인터레스트(지역 이익)나 파티 인터레스트(당파적 이익) 등을 갖고 하는데,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 이를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도자론도 제시했다.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솔선수범하면서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역구가 뭐가 중요하냐. 세계가 막 돌아가는데…”라고 덧붙였다. 이날 저녁 만찬장에서 반 총장은 같은 원탁에 앉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5분 넘게 따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이 고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