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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모두가 주인공…삼총사, 너에게 반했어

입력 | 2016-05-26 05:45:00

뮤지컬 삼총사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손에 잡힐 듯 뚜렷해 ‘사람구경’ 만으로도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가는 작품이다. 삼총사의 주요 인물들인 달타냥(산들), 밀라디(윤공주), 아토스(강태을), 콘스탄스(조윤영)(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쇼홀릭


■ 뮤지컬 삼총사 인기 비결

귀여운 달타냥·외로운 악녀…
주연·조연까지 개성만점 연기
“우리는 하나” 마약 같은 넘버도

몇 번이나 보아서 스토리를 알고, 음악이 귀에 익숙하고, 배우들의 대사는 물론 애드리브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어도 객석에 앉아 여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은 많지 않다. 실은 매번 재연될 때마다 궁금하고, 보고 싶어져 몸이 근질거린다. 은근한 중독이다. 음식용어(?)로 비유하자면 ‘마약 뮤지컬’이라고나 할까.

삼총사가 그렇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몇 안 되는, 손꼽히는 스테디셀러이다. 2009년에 국내 초연되어 40만 명 이상이 봤다. 뮤지컬 좀 봤다는 사람치고 삼총사 한 번 안 본 사람 찾기는 평양냉면을 파는 중국집을 찾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을 것이다.

초연된 지 7년이 된 작품인지라 요즘 작품 트렌드로 보면 살짝 부족하다거나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삼총사와 악당들(근위대)의 칼싸움 장면만 해도 액션 장면이 주는 강렬함, 짜릿함이 예전만은 못하다. 궁정의 무도회 장면의 화려함도 딱히 눈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엉뚱하게도 여성 앙상블들이 입은 색색의 화사한 드레스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노란 커리가 먹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총사는 여전히 재미있는 뮤지컬이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삼총사만큼 뚜렷한 작품도 흔치 않다. 기본적으로는 달타냥이 주인공이지만 관객의 시선에 따라 주요 배역들이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 삼총사는 물론 미모의 여간첩 밀라디와 대악당 리슐리외 주교도 다 주연감이다. 이들의 연기와 심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2시간 30분이 순식간에 증발해 버린다.

● 네 개의 장면이 마치 한 장면처럼 이어지는 명장의 솜씨

달타냥과 삼총사가 결투를 벌이기 위해 정오의 시계탑에 집결하고, 리슐리외의 근위대와 한바탕 칼싸움을 벌이고, 의기투합하여 콘스탄스의 여관에 몰려가 왁자지껄 술판을 벌이고,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아라미스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지는 데까지 이어지는 1막을 개인적으로 2막보다 조금 더 좋아한다. 네 개의 장면이 주르륵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장면처럼 보인다. 재봉선이 안 보이는 옷이라고나 할까. 명장 왕용범의 연출솜씨가 놀랍다.

2막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생마르그리뜨 감옥에 난입한 삼총사와 달타냥이 철가면과 콘스탄스를 구해내는 장면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탈출을 하고난 뒤 밀라디가 무너지는 감옥에 홀로 남아 ‘버림받은 나’를 부르는 장면이 몸서리 처지게 좋다. 어떤 배우가 밀라디를 맡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장면이기도 한데, 윤공주는 분노보다는 외로움 쪽을 좀 더 짙게 칠한 느낌이었다. 평소 윤공주의 캐릭터 해석은 지나치게 튀거나 자의적이지 않아 수긍하기가 쉬운 편이다. 윤공주의 밀라디에서는 ‘악녀’보다는 ‘사람 여자’가 좀 더 보였다. 2010년 삼총사에서 백민정이 보여 주었던 팜파탈의 화신같은 밀라디와는 사뭇 달랐는데, 실은 그 밀라디도 상당히 근사했다.

이 작품은 달타냥과 삼총사가 시도 때도 없이 칼을 맞대고 외치는 “우리는 하나!”만큼이나 배우들의 합이 중요한 작품이다. 연기와 대사, 노래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이 정도로 합이 착착 맞으려면 계산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부단한 연습, 배우들의 역량에 평소의 친분까지 더해져야 완성되는 감각의 영역이다.

산들의 달타냥은 밝고 귀여웠다. 지나치게 영리하지 않은 달타냥이어서 더욱 반가웠다고나 할까. 강태을의 아토스는 이 배역의 전설인 신성우가 만들어놓은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은근하게 잘 드러냈다. 달타냥의 연인 콘스탄스를 맡은 조윤영은 콘스탄스스러운 외모로만 본다면 단연 역대 최강급이다. 남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빨아들일 듯한 큰 눈은 밀라디조차 부러워해야할 정도다.

삼총사 초보 관람객을 위한 팁 하나.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는 역시 ‘우리는 하나(All For One)’이다. 몇 번이고 반복되어 놓치려야 놓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불안하다면 알아두시라. 삼총사 중 한 명이 느닷없이 “언제 우리가 ∼ 두려워한 적 있나 ∼ ”하고 노래로 운을 떼면 ‘우리는 하나’ 타임이다. 이 넘버 하나만 챙겨도 삼총사가 훨씬 재밌어진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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