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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영업사원’의 고군분투? 팬들의 재치 넘치는 글 화제

입력 | 2016-05-25 18:35:00


최근 프로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일명 ‘넥센 영업사원’들의 활약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도대체 프로야구 팬들을 상대로 무슨 영업을 하느냐”고요?

다름 아닌 고척돔의 좌석입니다. 넥센 팬들이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안방구장의 티켓을 한 장이라도 더 팔기 위해 글을 올리는 겁니다. 올 시즌 고척돔으로 안방을 옮기면서 넥센의 평균 관중은 7094명에서 1만1065명(24일 기준)으로 56% 가까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최초 돔구장을 안방으로 하는 구단의 팬들은 이 정도에도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눈물로 호소하는 단순한 마케팅으로 생각해선 곤란합니다. 일반회사 못지않은 철저한 영업지침으로 고객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고척 영업3팀장’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영업팀의 실체가 만천하에 밝혀졌다”며 그들만의 영업지침을 공개했습니다. KIA팬을 고척돔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가 제시한 비법은 “서상사(넥센에서 KIA로 이적한 서동욱)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고척의 아들’이라는 단어를 1일 3회 댓글로 투척하라” 입니다. “3대 빅 바이어인 엘롯기(LG·롯데·KIA) 사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침투해 엘롯기센(엘롯기+넥센)이 돼라”는 지침도 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세계적인 맛 권위지인 ‘미슐랭가이드’의 고척돔 버전인 ‘돔슐랭가이드’를 선보였습니다. 구단 홈페이지에 있는 구장 내 식당과 매점들의 메뉴별 가격대를 일일이 정리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구장 내 명당 좌석을 소개하는 글도 곁들였습니다.

넥센 영업사원을 자처한 팬들의 재치 넘치는 글에 다른 구단의 팬들도 화답했습니다. 한 두산 팬은 “엘롯기 팬만 챙겼다간 (매진은) 기대도 말라”며 엄포를 놓았습니다. “다음주 삼성전은 영업 안 해주느냐”는 삼성 팬의 글도 있었습니다.

넥센 영업사원들은 KIA가 고척을 방문하는 7월 1일에 영업력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글의 끝머리에 단 ‘7.1’은 지난해 7위를 했던 KIA의 ‘기’자를 상징한다며 조롱의 의미를 섞었지만 KIA 팬들은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 KIA팬은 “7월 1일에 매진 안 되면 KIA 팬들이 책임을 지게 생겼다”며 팬들의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35년 역사의 한국프로야구는 누리꾼들의 유쾌한 글로 또 하나의 재치 넘치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잠실로 가려던 발걸음을 고척돔으로 돌리고 싶게 하네요.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