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귀국후 첫 기자간담회
소설가 한강 씨는 그의 맨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을 찾게 될 독자들에게 “열심히 작업 중인 뛰어난 작가들이 많다”며 “그렇게 마음을 열고 작품을 읽어 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맨부커상을 수상한 뒤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나타난 소설가 한강 씨(46)는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수상 이후 달라진 게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그의 새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는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뜨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작가가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카메라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졌다. 포토타임을 위해 포즈를 취하면서도 작가는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신작 간담회는 연초부터 계획한 거예요. 소박하고 조용한 행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압도적인…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런 자리가 됐네요”라고 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서는 “상은 책을 쓴 다음의 아주 먼 결과잖아요.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 수상 뒤 전국 서점의 선주문이 25만 부를 기록했다. 한 씨는 책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 소설을 제한적인 대답이 아닌 질문으로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채식주의자’의 영어판 번역에 대해선 “번역이 원작에 충실한가에 대한 기준은 감정과 톤이라고 보는데, (작품을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씨는 작품의 톤을 그대로 옮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씨 작품의 해외 판권을 맡고 있는 KL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도 간담회 자리에서 “‘채식주의자’는 27개국에 계약이 됐고 라트비아어와 말라얄람어(인도 서남부 언어)로 번역하고 싶다는 제안도 왔다”고 전했다.
작가는 신작 소설 ‘흰’을 소개할 때 생기가 넘쳤다. 작품 속 화자는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 얘기를 떠올린다. 작가 가족에 얽힌 실제 사연이기도 하다. “그(언니)에게 빛과 밝음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지금 쓰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더 드릴 말씀은 지금까지 그런 것처럼 글을 써가면서 책의 형태로 여러분께 드리고 싶다.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동료 선후배 작가가 많다. 조용히 묵묵하게 자신의 글을 쓰시는 분들의 훌륭한 작품도 읽어주시면 좋겠다”는 겸허한 당부도 이어졌다.
한 씨는 또 “해외의 많은 번역가가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문학 작품들이 많이 소개될 것이라고 믿고 있고, 이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