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전 3시 40분 광주 북구 유동의 한 도로변. 만취한 채 카렌스 승용차를 몰던 전모 씨(35)는 주차된 SM5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전 씨는 사고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현장에서 차량 라이트를 켠 채 쿨쿨 잠들었다.
사고 40분 뒤 주변 PC방에서 나와 현장을 본 피해 차량의 주인 위모 씨(24) 커플은 음주 교통사고임을 직감하고 친구 정모 씨(24)에게 전화해 “누군가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자고 있다”고 전했다. 정 씨와 그의 여자친구, 위 씨 커플은 사고 현장에서 만나 “사고가 났을 때 모두 차에 타고 있었다고 해 보험금을 타내자”며 공모했다. 두 쌍의 커플은 같은 날 오전 4시 반 SM5 승용차 앞뒤 좌석에 탑승한 뒤 112에 신고했다.
이들은 피해 정도가 승용차 범퍼 페인트가 벗겨질 정도로 경미한 데도 전치 2주의 진단서를 떼는 등 가해자를 압박한 끝에 보험금 350만 원 외에 120만 원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피해자 4명이 “(차가) 막 출발하려는데 누군가 들이받아 다쳤다”는 두 줄짜리 판박이 진술을 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주변 상가 폐쇄회로(CC)TV 8대를 분석해 커플 2쌍이 사고 직후 슬그머니 차에 타는 것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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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