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부 당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부실을 털기 위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폐합하거나 석유공사가 100% 출자한 자원개발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공개한 연구용역 결과다. 석유공사의 석유자원개발 기능을 매각해 민간으로 이관하거나, 개발 기능만 떼어 가스공사로 넘기는 방안도 차선책으로 거론된다.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가 올해 갚아야 할 빚만 8조 원대여서 구조조정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가 밀고 있는 통폐합 방안은 지난해만 4조5000억 원의 순손실을 낸 석유공사의 부실을 가스공사로 떠넘겨 동반 부실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쳐 LH를 만들었지만 더 비대한 공룡이 돼버린 전례도 있다.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관피아 정피아 자리가 늘어 공직사회는 좋겠으나 이 역시 부실을 한쪽으로 몰아놓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모든 구조조정 방안에서 부실 해외자산 매각을 제시한 것은 작년 말 감사원 감사 결과와 다르지 않다. 국제유가가 치솟아 개발 열풍이 불었던 MB 때와 달리 지금은 유가 하락으로 투자심리가 식었다. 하지만 당시 감사원 감사를 주도했던 김영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총선을 겨냥해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정치 감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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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소차가 나온다지만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이르는 현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 부실 자산 처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에너지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에너지 안보’를 포함해 자원 개발의 큰 그림에 따라 정권의 이해관계를 넘어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