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發 정계개편 바람]정치권서 거론되는 시나리오
○ 당장 분당(分黨)은 없다지만…
정계 개편의 출발점은 새누리당의 분화다.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에 맞서 비박(비박근혜)계가 당 밖에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느냐가 정계 개편 파급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 한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분당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선을 그었다. 비박계의 구심점이었던 김무성 전 대표가 4·13총선 참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 ‘독자세력화의 깃발’을 들 인사도 없다. 하지만 친박-비박의 결별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친박계가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유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이 1차 독자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다. 여기에 김 전 대표 진영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개혁적 보수그룹이 뭉치느냐가 정계 개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밖에서 먼저 창당 작업을 진행한 뒤 비박계가 합류하는 로드맵도 거론된다. 정의화 의장이 26일 발족하는 싱크탱크 ‘새한국비전’이 그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의 원장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출신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맡는다. 또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병준 국민대 교수, 박관용 전 의장 등이 고문으로 위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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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계 개편에 적극 화답한 안철수, 손학규
개혁적 보수그룹이 독자세력화에 성공한 뒤 국민의당과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원래 처음 정당을 만들 때부터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밝혔다. 범친박계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도 “국민의당발 정계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전 대표와 정 의장, 박 사무총장 등이 모두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PK(부산울산경남) 세력이 호남을 거점으로 하는 국민의당과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동서 연대’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비박계 인사는 “다음 달 말 발표될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 결과가 TK(대구경북)와 부산의 결별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대구 경북 경남은 경남 밀양이, 부산은 가덕도가 최적지라며 정치적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정계 개편 과정에서 손 전 고문의 역할도 주목된다. 손 전 고문 측은 “더불어민주당이 새판은 아니지 않으냐. 정치판 자체를 완전히 깨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광주지역 언론사 대표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새누리당과의 연정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