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과 투트랙’ 당국 구상 차질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PEF가 펀드 출자로 약정한 금액은 58조5000억 원이며, 실제 투자가 집행된 금액도 12조8000억 원에 이른다. 2011년 31조8000억 원이었던 약정 금액이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하는 등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국내 PEF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외국 PEF처럼 정상 기업뿐 아니라 부실기업을 인수해 재무와 사업구조 등을 개편하는 구조조정에도 적극 참여해 달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또한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 기업을 대기업으로 지정하는 공정거래법이 PEF의 투자를 소극적으로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 한국금융지주 등 PEF를 보유한 금융사들이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순간 삼성 같은 대기업 규제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주요 자금 출자자인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도 PEF의 부실기업 인수에 부정적인 편이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PEF의 자금 대부분이 국민들의 노후 자금이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수익이 확실한 투자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종 PEF들이 할리스커피, 버거킹 등 빠르게 현금을 창출하는 외식업계 투자를 선호하는 것도 신속한 투자금 회수를 바라는 연기금 등의 요청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론스타 사태 이후 PEF의 국가 기간산업 인수에 부정적인 여론도 PEF의 구조조정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다. 문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PEF가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산업 정책, 노사 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며 “PEF의 구조조정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은 물론이고 PEF 스스로도 구조조정 전문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