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 80∼100km… 지하 200m에 묻어 한국 기관들도 프로젝트 참여를”
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가속기콘퍼런스(IPAC 2016)’ 참석차 방한한 FCC 설계책임자인 프랭크 지머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박사(50·사진)는 “FCC를 이용해 인류가 아직 한 번도 관측하지 못한 암흑물질이나 초대칭 입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속기는 크기가 1000조분의 1m에 불과한 양성자 2개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켜 서로 충돌하게 만든 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포착해 우주의 기원을 알아내는 장치다. FCC는 아직 설계되지 않았지만 미래형 가속기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힉스가 발견될 당시 양성자끼리 충돌 에너지는 125GeV(기가전자볼트)였다. 현재 LHC는 여기서 에너지를 4배가량 더 향상시켜 지난해 12월 고(高)에너지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지머먼 박사는 “FCC는 LHC보다 충돌 에너지를 10배 이상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LHC의 뒤를 이를 차세대 가속기 경쟁은 이미 불붙었다. FCC를 포함해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선형가속기(ILC), 중국이 추진하는 둘레 52km의 원형입자가속기 등 3개가 차세대 가속기 자리를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머먼 박사는 “선형가속기는 가속관이 일자로 연결된 만큼 충돌 기회가 한 차례라 ‘원샷 원킬’ 해야 한다”며 “FCC는 원형가속기인 만큼 회전하면서 충분히 속도를 높인 후 최적의 상태에서 충돌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FCC 건설에는 국내의 강릉원주대, KAIST, 고등과학원 등 6개 기관을 포함해 2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지머먼 박사는 “한국의 더 많은 기관이 FCC 프로젝트에 참여해 아시아 경쟁체제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