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끝내기 실책 악몽 털고 비상 준비하는 SK 김성현
“경기 끝나고 문자가 정말 많이 왔는데 그땐 위로받는 것도 싫었어요. 아예 모든 게 싫었어요. 결국 시간이 약이었던 것 같아요. 바로 다음 경기가 이어졌다면 영향을 받았을 텐데 그날로 시즌이 끝났으니까….” 그는 “좋은 경험도 아니었고 다신 안 해도 될 경험”이라면서도 어쨌든 야구선수로서 큰 경험이 됐다고 했다.
애매한 위치에 떴던 타구를 괜히 달려들었다가 가을잔치를 망친 장본인이 된 게 후회스럽진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당연히 달려갈 거다. 내가 잡았어야 할 공”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줄곧 유격수로만 뛰었던 김성현에게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가 올 시즌 목표를 ‘한 자릿수 실책, 두 자릿수 홈런’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야수가 실책하면 점수와 연결되고 승패에도 영향을 주잖아요. 실책을 줄여야만 팀도 살고, 저도 살 것 같아요.”
쉬운 목표는 아니다. 지난 시즌 이 기준을 충족시킨 유격수는 한 명도 없었다. 2루수 중에도 오재원, 박경수밖에 없었다. ‘평화왕’ 강정호(피츠버그)도 2009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6년을 뛰고 나서야 넥센시절이던 2014 시즌 실책을 한 자릿수(9개)로 줄였다. 지난 시즌까지 한 시즌 최다 홈런이 8개인 김성현은 “목표라기보단 바람”이라면서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니까…”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스윙할 때 왼쪽 팔이 자꾸 밑으로 떨어져 타구에 힘이 잘 안 실렸던 김성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왼쪽 손목의 힘을 키우고 타격 포인트를 앞에 놓는 훈련을 반복했다. 덕분에 벌써 담장을 세 차례나 넘겼다. 고메즈의 부상으로 최근 다시 유격수로 나서고 있는 김성현은 개막 한 달이 지난 현재 홈런 3개, 실책 3개를 기록 중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