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논설위원
일선부처 국장까지 간섭
‘정치 9단’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때론 인사 잘못이 있어도 시중 여론을 시의적절하게 반영해 바로잡곤 했다. 그러나 노무현의 ‘오기 인사’, 이명박의 ‘고소영 인사’, 박근혜의 ‘수첩 인사’까지, 인사에 능한 대통령을 본 지 오래다. 국정실패는 인사실패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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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고 했다. 꾀가 난 공무원들은 부처에서 미는 사람을 B, C 자리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를 눈치챈 청와대는 A, B, C를 모두 비토하고 ‘새판을 짜오라’고까지 한다. 그러다가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이 자리를 꿰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정상적인 의사결정 통로를 통해 이루어지느냐다. 청와대에는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가 있다. 국정(정책)기획수석과 정무수석은 상시 참석 위원이며 인사 대상자 해당 분야 수석이 돌아가면서 배석한다. 인사위원회까지 통과된 인사안이 막판 ‘어디선가’ 뒤집히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러니 공무원들의 원성이 자자하지 않겠는가. 세종시에서 이해찬 의원이 연달아 당선된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지만 입법 권력이 세질수록 청와대는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 집착한다. 세계 어떤 선진국가에서 주식이 한 주도 없는 정부가 거대 기업·기관의 사장과 이사, 감사 등 재계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는가. 시장경제의 근간인 주식회사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다.
불통인사로 오만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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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인사 얘기를 쓰는 것은 무척 조심스럽다. 예기치 못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거나 보복 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최대한 관련자들이 지목되지 않도록 두루뭉술하게 쓴 점, 양해 부탁드린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