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이후]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1월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고 욕먹는 건 선진화법 때문”이라며 “4·13총선 전에 반드시 (선진화법 개정을) 마무리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공천 내전(內戰) 속에 선진화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더욱이 총선에서 과반 붕괴에 2당으로까지 추락하자 선진화법 개정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당 핵심 관계자는 19일 “과반이 무너졌는데 우리가 앞장서서 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설령 개정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지도부가 붕괴된 상황에서 법안 처리의 동력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더민주당은 그나마 선진화법의 긍정적인 면으로 꼽히던 정부 예산안의 자동 부의 제도도 뜯어고칠 태세다. 정부 예산안은 선진화법에 따라 국회 심사가 끝나지 않더라도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 자동으로 본회의에 올라가도록 돼 있다. 야당이 예산안 처리 지연을 무기로 예산이나 법안 끼워 넣기를 못하도록 만든 조항이다. 하지만 더민주당 정성호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산안 자동부의제’로 인해 국회의 예산심사권과 예산 부수법안 입법권이 무력화되는 부분은 반드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선진화법 개정에 찬반을 밝히지 않은 채 “이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만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내심 개정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38석을 차지한 국민의당은 국회 운영 룰이 과반수로 바뀌면 캐스팅보트의 파워가 더 강해진다. 122석인 새누리당과 123석인 더민주당 사이에서 국민의당이 법안 처리의 ‘심판자’가 되는 셈이다. 반면 ‘5분의 3 룰’이 유지되면 어차피 3당이 모두 합의해야 하는 만큼 국민의당의 ‘몸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의 20대 국회 당선자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당 응답자(26명)의 57.7%가 ‘여야 합의하에 선진화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것도 이런 상황과 맥을 같이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도 “선진화법은 양당 체제에서 필요한 법”이라며 개정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다만 안 대표는 지역구마다 의원을 1명씩 뽑는 소선거구제를 여러 명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꾼 뒤에 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당 출현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묶여 있는 ‘정의화 중재안’은 다음 달 16일부터 과반 찬성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기존 주장을 스스로 뒤집어야 할 여야가 어떤 논리를 펼지 주목된다.
이재명 egija@donga.com·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