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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꼴찌의 신기원 여나

입력 | 2016-04-19 05:45:00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2승11패…1982년 삼미 승률보다 못해
피홈런·실점 등 나쁜 기록은 모두 1위
희생번트 최다·병살도 최다 ‘미스터리’

0.154.

올 시즌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평가받았던 한화의 참혹한 승률이다. 18일 현재 2승11패다. KBO리그 역사에서 최약체의 상징이던 원년(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승률보다 낮은 수치다. 삼미는 그해 0.188(15승65패)의 승률로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저 승률 기록을 갖고 있다. 물론 시즌 초반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원년 삼미와 비교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한화의 팀 승수(2승)는 넥센의 중고신인 신재영 개인이 거둔 3승에도 못 미친다. 역전패는 6차례로 가장 많다. 이뿐만 아니다. 한화의 갖가지 지표들을 살펴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투·타 할 것 없이 꼴찌일 수밖에 없는 경이적인 기록을 살펴본다.

창을 막을 방패가 없다!

우선 투수 쪽을 보면 팀방어율이 7.00이다. 김응룡 감독 시절이던 2013년 한화는 6.35의 팀방어율로 원년 삼미의 6.23 기록을 깨뜨렸는데, 올해는 그보다도 못한 최악 수준이다. 팀실점 역시 가장 많다. 103실점으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실점을 넘었다. 13경기에 무려 75명이 등판해 경기당 가장 많은 투수(5.8명)가 등판했다. 선발투수의 퀵후크(3실점 이하 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도 7차례로 가장 많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1회로 가장 적다.

피홈런은 21개로 역시 단독 1위다. 가장 적게 허용한 두산(3피홈런)보다 7배나 많다. 여기에 폭투도 17개로 굳건한 1위. 아직 폭투가 없는 KIA는 물론 주력투수들이 대거 빠져나가 투수력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넥센(3개)에 비할 수준이 못 된다. 팀실책은 17개다. 막내 구단 kt(19개)가 있어서 꼴찌는 면했다. 그러나 가장 적은 두산(7개)은 물론 한때 김성근 감독이 ‘모래알’로 평가했던 롯데도 실책이 9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이다. ‘지옥의 펑고’ 효과는 어디로 증발했을까?

방패를 뚫을 창도 없다!

공격력을 봐도 마찬가지다. 팀득점은 47점에 그치고 있다. 팀실점(103)과 비교해보면 한화가 왜 이런 성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한화는 지난주 5경기 실점만 54점이었다. 팀홈런은 5개로 꼴찌다. 홈런 1위인 LG 루이스 히메네스 개인과 타이다. 여기에 팀도루는 4개에 불과하다. 역시 최하위다. kt 대도 이대형(6도루)은 물론 넥센 김하성(5도루)보다 적다. 그러고 보면 한화의 팀홈런과 팀도루는 LG 히메네스 개인 기록과 같다. 한화의 득점권타율(0.212)도 최하위다.


● 지략과 전술도 없다!


희생번트(11개)는 가장 많다. 롯데(2개)와 넥센(3개)을 압도한다. 더욱 미스터리한 점은 그렇게 희생번트를 줄기차게 대는 데도 병살타가 19개로 가장 많다는 점이다.

물론 좋은 쪽으로 1위도 있다. 바로 2루타(25개)와 대타타율(0.500)이다. 그러나 웃을 수만은 없다. 2루타가 가장 많지만, 1회 무사 2루서도 희생번트 작전을 쓰기 때문에 빅이닝은 없고 잘 해야 1점 선취다. 굳이 번트를 대지 않아도 무사 2루에 중심타선이면 어떻게 비벼도 1점 정도는 낼 확률이 크지만, 아까운 아웃카운트를 쉽게 헌납한 셈이다. 극심한 타고투저 시대에, 팀방어율 7점대인 팀이 1회에 1점을 선취해서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아는 사실이지만 1점 짜내기에 급급하다.

대타타율이 높은 부분도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팀내에서 가장 타율이 좋은 최진행과 하주석을 자주 벤치에 앉혀둔 결과다. 최진행은 한때 타격 1위를 달리다 규정타석에 미달됐지만 시즌 타율 0.393(28타수 11안타, 대타성적 4타수 3안타)을 기록 중이다. 하주석도 규정타석에 미달됐지만 시즌 타율 0.370(27타수 10안타, 대타 5타수 4안타)을 기록하고 있다.

기나긴 비 시즌 동안 한화는 무슨 준비를 했던 것일까. 다른 팀들은 개막과 동시에 전쟁을 하고 있는데, 한화는 아직도 스프링캠프를 하듯 매일 특타와 특투로 타격폼과 투구폼 교정에 몰두하고 있다. 최악의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돈을 지불하고 이를 지켜봐야하는 한화 팬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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