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자는 사회경제적 배경, 거주 지역, 교육 등을 중심으로 자신과의 동질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독선사회(강준만·인물과사상사·2015년)
14일 성과주의를 둘러싼 금융권 노사의 산별 교섭이 또다시 무산됐다. 이 문제에 대한 주요 논란 중 하나는 성과주의 도입의 전제 조건이 되는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과연 마련할 수 있느냐다. 이는 사실 회사원이라면 한 번쯤은 던져 봤을 질문이다. “조직에서 능력과 실력만으로 승진할 수 있을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이 책에서 찰스 콘래드 노스캐롤라이나대 커뮤니케이션 교수의 주장을 소개하며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콘래드 교수는 “특히 복잡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늘 혼동되고, 스트레스가 많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동질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자신의 주변이 예측 가능한(잘 아는, 그러니까 안정되게 믿을 수 있고 충실한) 사람으로 둘러싸여 있을 때 혼동·불확실성·모호성은 감소된다”고 주장한다. 즉,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서로 맞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해야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출신 지역이나 학연 등이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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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머리말에서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라”고 강조한다. 개혁과 진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똑똑함과 확신의 한계를 깨닫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