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오피니언팀 기자
억만장자이자 괴짜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 씨(45)의 얘기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민간우주업체인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혁신의 전형을 보여준다.
대학에서 물리학과 경영학을 공부하며 인류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지속가능한 에너지, 우주 탐사, 인터넷, 인공지능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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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우주 정복의 꿈을 품고 2002년에 스페이스X를 세웠다. 천문학적인 비용의 사업에 손댄다 하니 조롱도 받았다. 그는 ‘재활용(reusable) 로켓’이란 개념으로 맞섰다. 당시 로켓은 다 쓰면 버려지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를 제어해 원위치로 되돌려 다시 쓰면 비용을 1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는 것. 미 항공우주국(NASA)이 그의 고객이 됐다. 2004년에는 테슬라를 통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솔라시티’를 창업해 구글의 투자를 받아 태양열 패널 사업도 벌였다.
순탄치 않았다. 로켓 발사는 연이어 실패하고 전기차 양산도 미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줄이 말랐다. 하지만 그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단호함에 직원들은 지옥의 문이라도 따라갈 기세였다고 한다.
집념은 빛을 발했다. 4전 5기 끝에 이달 초 우주 로켓 재사용을 성공시켰다. 또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반값 전기차’(4만 달러)를 내놓았다. 사람들은 ‘바퀴 달린 아이폰’이라며 열광했다. 예약자가 벌써30만 명을 돌파했다. 솔라시티는 미국 최대 가정용 태양광 에너지 업체가 됐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비행기보다 더 빨리 운행하는 고속철인 ‘하이퍼루프’를 개발하며 극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지만 그의 삶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파괴적 혁신으로 기존산업을 뒤흔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문득 생각해 본다. 일론이 한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그의 혁신을 알아봐주는 투자자가 있었을까. 그가 손 내밀 기초과학집단이 있었을까. 혁신 기업을 만들어도 이를 제값 주고 사들이는 기업이 있었을까. 혹시 그가 기업 매각대금으로 빌딩을 샀다면. 애초 그가 대기업 직원이 됐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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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오피니언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