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청소기부문 판매1위 ‘레이캅코리아’의 시장공략 비결
이성진 레이캅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가전 기업과 똑같이 경쟁해서 이기기는 힘들다. 그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게 레이캅코리아가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도 틈새시장을 만들고 확대시켜 1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레이캅코리아 제공
어떤 기업 이야기일까. 가전 분야의 강자인 삼성이나 LG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 토종 중소기업 ‘레이캅코리아’ 이야기다. 레이캅코리아는 침구 살균청소기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전체 청소기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일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인 가전 기업들도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레이캅코리아가 선전한 비결이 무엇인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취재했다. DBR 198호(4월 1호)에 실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웰빙가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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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중소기업이 만든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홈쇼핑에서 염가로 팔기, 부녀회장 뚫기, 인터넷 판매 등 매출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대형 가전 브랜드와의 경쟁을 뚫고 실적을 올리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 일본 진출
일본인들은 청결을 중시하는 데다 청소 관련 용품의 시장 규모도 컸다. 인터넷을 제외하고 양판점 청소기 시장 규모만 보더라도 약 2조 원에 이른다. 한국보다 10배 정도가 크다. 또 일본은 주기적으로 이불을 털어 말리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로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고령화로 인해 노인들이 직접 무거운 이불을 말리는 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침구를 청소해 주는 제품의 품질은 좋았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못하면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소비자를 설득하기로 했다. 모든 홍보활동의 초점을 ‘계몽’에 맞추고 일을 진행했다. 침구 살균청소기가 가진 장점과 가치를 전달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소비자가 찾아오면 ‘의사가 개발한 제품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다’ ‘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사용 후기는 이렇다’ 등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소비자 계몽 운동과 함께 이 대표가 주력했던 것은 주요 양판점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일본 주요 가전회사의 판촉 직원들이 손님이 많은 주말에만 매장에 나와 판촉 활동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양판점의 주인들은 손님도 많지 않고 판촉 사원도 나오지 않는 주중에 매출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착안해 이 대표는 주말 대신 주중에만 자사가 고용한 판촉 직원을 주요 양판점에 내보내기로 했다. 사람이 많은 주말에만 판촉 직원을 고용하는 기존 기업의 전략을 감안하면 얼핏 불합리한 것처럼 비치는 일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계산이 숨어 있었다. 그는 주중에 판촉 사원을 내보내 줄 테니 자사 제품을 좋은 자리에 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판점주들은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침구 살균청소기는 일본 주요 양판점에서 청소기 가운데 가장 좋은 자리에 전시됐다. 결과는 생각보다 더 좋았다. 판매원들이 투입되는 주중에는 물론이고 고객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도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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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점 및 성공 요인 분석
레이캅코리아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 혁신과 시장 혁신이 같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집먼지진드기 연구소 설립과 같은 투자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에 대한 레이캅코리아의 노력을 반영한다. 하지만 기술 혁신이 반드시 더 높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건 아니다. 레이캅코리아는 ‘청소’라는 보편적 편익을 추구하기보다 이불 먼지 및 진드기 제거라는 구체적 편익에 집중함으로써 기존 청소기가 간과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장 혁신을 이뤄냈다.
둘째, ‘관찰’의 중요성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 스스로도 어떤 제품,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레이캅코리아는 일본 시장에 진입할 때 현지 소비자들이 어떤 청소기를 원하는지 묻기보다 일본의 기후, 가옥 구조, 주거문화, 사람들의 행동 등을 직접 관찰했다. 이를 통해 일본 소비자들의 잠재적 욕구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셋째,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레이캅코리아가 강조한 판매 현장에서의 효과적인 정보 전달, 소비자 교육 등과 같은 노력은 혁신적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을 극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또 소비자와의 대화를 통해 ‘침구 살균청소기’ 대신 ‘이불 전용 진드기 클리너’라는 제품명을 사용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름을 통해 제품의 사용처와 기능을 명확히 드러내자 소비자들의 이해 수준이 높아졌다.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이처럼 시장 중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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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jongkuk@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