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에서 독약으로/미켈 보쉬 야콥슨 등 지음/전혜영 옮김/664쪽·2만5000원·율리시즈 의대 교수·전문의 모여 의학계 진단… 항우울제·신종플루 치료제 등 의약품 제약회사가 알리지 않은 부작용 존재… 위험성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 되야
해마다 유럽에선 20만 명이 의약품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의약품의 잠재적 리스크를 포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고 나아가 소비자가 의약품에 대한 주도적인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아일보DB
의약의 발전은 눈부시지만 그늘도 만만치 않다. 미국 워싱턴대 교수인 저자는 전문가 12명의 증언과 저작물을 상세하게 분석해 제약 산업의 문제점을 짚었다. 존 에이브럼슨 하버드대 의대 교수, 제러미 그린 존스홉킨스대 교수 겸 내과전문의, 데이비드 할리 카디프대 의대 교수 등이 의학계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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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항우울제의 위험성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료제, 신종플루 H1N1 치료제의 허상 등을 고발한다. 저자는 ‘의약품 덕분에 건강이 보장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는 것은 과장된 진실이라고, ‘특정 질병의 대표적 치료제이자 베스트셀러 약품은 충분히 안전하며 약효도 뛰어나다’는 믿음 역시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명한 약품이 부작용과 재발 위험, 중독 증세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상세한 자료를 통해 밝힌다. 약품이 인류에 기여한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평균 수명의 연장은 삶의 질 개선과 보건 위생 향상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밖에도 주요 의약 스캔들, 제약업계와 의학계의 결탁, 의약 마케팅의 거대한 파급력 등 제약산업 전반의 문제점들을 현장 취재를 통해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의약품의 효능과 위험성에 대해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는 의사와 생명공학자에게는 이 문제를 바로잡기를, 정치가에겐 국민의 일원인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만들기를, 개인에게는 용기의 자세를 갖출 것을 주문한다. 원제처럼 ‘빅 파마(Big Pharma)’ 시대에 우리가 지나친 공포와 두려움으로 약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만하다. 경제, 정치, 직업적인 이해관계의 극단적인 연결고리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저자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