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KB금융지주가 삼수 끝에 현대증권을 품에 안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승부수가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합해 자기자본 약 4조 원의 업계 3위 증권사를 보유하게 된 KB금융지주는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도 현대증권 매각 대금을 수혈 받아 급한 불을 끄게 됐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5일 마감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등 3곳 가운데 KB금융지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 총 22.56%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 3조9000억 원 규모로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로 뛰어오른다. 또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업계 선두권을 형성하며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기틀을 다지게 된다. KB금융 관계자는 “탄탄한 증권사 없이는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을 ‘뱅크오브아베리카(BOA) 메릴린치’로 만들겠다는 꿈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광고 로드중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는 데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핀테크 기술 확산으로 은행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증권업 등 비은행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현대상선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상세 실사와 최종 가격협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오는 5~6월경 인수 절차를 최종 마무리하게 된다.
한편, 한국금융지주는 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도 놓치는 불운의 주인공이 됐다. 현대증권을 인수했다면 자기자본 7조 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로 단숨에 도약해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과 양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