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들여 거리 개선-조형물 제작… 달성공원 입구엔 순종 동상도 설치 도심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듯
24일 롯데백화점 대구점 정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순종 임금이 대구를 찾았을 때 이용한 열차 모형을 감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순종은 대한제국이 일제에 병합되기 1년 전인 1909년 1월 7일 전국 순행(임금이 나라를 두루 살핌) 중 대구를 찾았다. 어가(임금의 수레)를 타고 대구역에서 북성로를 거쳐 경상감영, 수창동, 달성공원을 1km가량 둘러봤다. 이 무렵부터 임금이 다닌 길이라는 뜻으로 ‘어가길’이 생겼다.
열차 모형과 안내문, 액자, 동판으로 구성된 전시물은 전문가의 고증과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5000만 원을 들여 제작했다. 당시 대구역에 도착한 순종의 열차와 행재소(임시 거처)까지 이동하는 행렬, 순종의 어가 등 3가지를 감상할 수 있다. 바닥에 설치한 동판은 순종의 대구 방문 출발점을 보여준다.
대구 중구의 순종 ‘어가길’ 복원사업이 마무리 단계다. 2013년 시작한 이 사업은 70억 원을 들여 거리 개선과 조형물 설치 등을 완료하고 내년까지 추가 정비를 한다.
어가길 역사거리는 어두웠던 근대사를 돌아보고 도심 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구간인 달성공원∼북성로 약 1km를 정비했고 북성로∼서성로 1.6km에는 휴식 공간과 상징물, 벽화거리를 설치했다. 인도와 차도에는 읍성 이미지를 넣은 돌을 깔았다.
순종 동상도 세운다. 지난달 2억여 원을 들여 제작에 들어갔으며 10월에 달성공원 입구에 설치할 계획이다. 높이 2.5m의 청동 재질인 동상은 국가의 중요한 의식 때 입는 대례복 차림의 순종이 끊어진 아치형 다리에 서 있는 모습이다.
중구 관계자는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에게 다리가 돼 주고 싶었을 순종의 마음을 담았다. 일제에 침탈당한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뜻이 크다”고 설명했다.
어가길이 있는 북성로 공구골목은 역사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공구골목은 호황을 누렸던 옛 모습을 잃었다가 최근 관광 기반이 늘고 특색 있는 마을 축제가 열리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인근의 삼성상회(삼성그룹 발상지) 터를 출발점으로 광문사 터∼2·28민주운동기념회관∼국채보상운동기념회관으로 이어지는 구국의 길도 개발해 근대골목투어 코스로 활용할 예정이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오늘의 대구를 만든 근대 역사를 배우는 교육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