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경량금속 사용 확대 알루미늄-마그네슘-탄소섬유 등 신소재 적용으로 친환경성 확보 연비 좋아지고 주행성능도 향상
그런데 사람처럼 많이 달린다고 살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의 무게를 어떻게 줄여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가벼운 소재를 쓰는 것.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차에 쓰이는 경량금속이 주목받는 이유다.
자동차 업체들이 경량금속 사용을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차체 경량화를 통한 친환경성 확보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국산 최초 친환경 전용 모델답게 아이오닉은 후드, 테일게이트, 백빔 및 섀시부품 등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하고 연료 탱크는 강화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하는 등 차량 경량화에 주력해 공차중량을 1380kg(15인치 타이어 기준)에 맞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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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차량에 쓰이는 마그네슘은 2025년까지 현재의 약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루미늄도 마찬가지. 지난해 차 1대당 알루미늄 사용량은 2009년에 비해 17%가 늘어난 약 380파운드(약 172kg)로, 이는 전체 차 중량의 10% 수준이다. 특히 차량 트렁크문을 경량화 할 경우, 트렁크에 연결된 브래킷과 전동모터 등 주변부품도 경량화할 수 있다. 이에 FCA(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는 마그네슘 트렁크 문을 사용한 미니밴을 올해 하반기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고, 포드도 알루미늄으로 중량을 317kg 줄인 픽업트럭 ‘F-150’을 판매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2012년 차 1대당 약 140kg이던 알루미늄 사용량이 2020년이면 28.6%가 늘어 180kg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차에 경량금속이 많이 쓰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점점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지만 가벼운 차는 주행성능 면에서도 유리하다. 그래서 연비보다 주행성능을 강조하는 차들도 경량금속을 앞다퉈 적용하고 있다. 또 경량금속을 사용한다는 것은 앞선 기술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경량금속은 실질적인 효과와 함께 ‘가치’를 앞세울 수 있는 소재가 되는 것이다.
재규어는 지난달 출시한 ‘올 뉴 XF’에 알루미늄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차체 무게를 기존 XF에 비해 190kg 이상 줄이면서도 강성은 28% 이상 강화했다. 이런 경량화 덕분에 연비가 더 좋아졌고 가벼워진 차의 중량을 바탕으로 차량 무게를 앞과 뒤에 50 대 50으로 배분해 주행성능도 향상시켰다. 재규어의 크로스오버 모델인 ‘F-PACE’(사진)는 차체의 80%를 알루미늄으로 만들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라인업인 메르세데스-AMG의 2번째 독자개발 모델인 ‘GT’도 차체 프레임의 93%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또 섀시는 알루미늄 합금, 차체 앞부분에는 마그네슘을 쓰면서 경량화에 공을 들였다. 엔진이 209kg인데 골격 무게가 231kg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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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 중에서는 태광산업과 효성 등이 생산에 나섰고 현대차는 현대제철, LG하우시스 등과 CFRP를 개발 중이다. 캐딜락의 고성능 퍼포먼스 라인업인 ‘V-시리즈’의 새 모델인 ‘ATS-V’에는 탄소섬유 소재의 카본 후드가 쓰였고, 이달 초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페라리 ‘GTC4루쏘’에는 탄소섬유가 인테리어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