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지 주부·전 엔자임헬스 차장
어릴 때부터 유난히 아이를 좋아했던 나는 결혼하면 되도록 여러 명의 자녀를 낳겠다고 다짐했었다.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런 자신감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남편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결혼을 앞두고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에 깊이 빠지기도 했다.
아는 것이 병이다. 먼저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친구들을 보니 육아라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안아 주지 않으면 아예 잠을 안 자는 아기들도 있고, 젖병을 거부한 채 엄마 젖만 찾는 고집쟁이도 있었다. 조금 자라면 언제 어디서 말썽을 부릴지 몰라 늘 긴장 상태로 지내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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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 공부를 일찍 찾아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했고, 재주를 살려 작지만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지방 출신이라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느끼긴 했지만 좋은 친구들과 어른들을 만나 빠르게 생활의 안정을 찾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나와 같은 ‘운’은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 10년 전 무렵에도 취업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는 소가 통과할 바늘구멍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은 그 구멍이 더 작아지거나 아예 막혀 버린 것 같다. 어린 친척 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른바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취직한 주변인들도 회사 사정이 나빠져 고용에 문제가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어떨까. 제 앞가림은 하고 있지만, 금수저 아닌 부모를 만났으니 어릴 때부터 ‘무한 경쟁’으로 던져질 것이다. 직장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는 조건이라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어린이집 입소부터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공부를 잘하거나 특기 적성이 있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부터 배워야 할 수도 있다. 더 자라 어른이 된 후에는 직업을 얻지 못해 고생할 수도 있고, 사회 격차가 심해져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눈물 흘릴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인 나의 인생도 문제다. 잠시 회사를 쉬면서 새로운 진로를 찾던 중 아이가 생겼다. 임신한 몸으로는 재취업이 쉽지 않은 데다 출산 후 사회로 쉽게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괜한 걱정은 넣어두라고 하신다. 하지만 부모라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세상을 꿈꾸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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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지 주부·전 엔자임헬스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