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이 아줌마의 사교장이라면 동네 이발소는 남성의 사랑방이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무반주 남성 4중창을 뜻하는 ‘바버숍 콰르텟’은 19세기 말 흑인 이발소에서 탄생했다. 자기 순서를 기다리면서 손님들이 화음에 맞춰 흑인영가 포크송을 부른 것이 그 시발점이다. 1938년 바버숍하모니협회가 결성된 뒤 지금은 매년 아카펠라로 부르는 국제대회가 열릴 만큼 인종과 남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음악 장르가 됐다.
▷남녀 공히 미용실을 드나들면서부터 주변에서 이발소 간판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럴수록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련한 향수도 커지는 법. 인천시가 2013년부터 ‘친근한 우리 동네 이발소 살리기’ 사업을 추진한 결과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참여한 15곳의 인테리어 개선, 기술 교육 등을 지원하면서 젊은 손님들의 발길이 늘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이발소라고 하면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풍경이 떠오르겠으나 요즘은 고급화 추세로 주목받고 있다. 외모 꾸미기에 관심 많은 그루밍(grooming)족을 겨냥해 고급 이발소가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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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