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공연 록 페스티벌 방불… 폭발적 연주 - 화음 70대 나이 무색
21일 밤 서울 콘래드서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 미국 밴드 비치보이스. 마이크 러브(왼쪽)와 스콧 토튼을 비롯한 7인의 정밀한 화음이 돋보였다. 콘래드서울호텔 제공
21일 밤 서울 국제금융로 콘래드서울호텔. 출연자 대기실 앞에서 만난 미국 밴드 비치보이스의 마이크 러브(75)와 브루스 존스턴(74)의 모습에 노쇠한 기운이 역력했다. 자글자글한 주름, 느릿한 걸음걸이…. 잠시 후 오후 8시, 이곳 그랜드볼룸을 채운 1000여 명의 관객 앞에 7인조 비치보이스가 올랐다. 연주와 노래가 시작되자 두 노장의 호언은 기적처럼 현실이 됐다.
이들이 뿜는 보컬 화음은 파이프오르간에서 나오는 듯했다. 그 일사불란함이 성스러울 지경이어서다. 공연 후반 ‘Good Vibrations’(1966년)는 그 절정. 비틀스의 ‘A Day in the Life’에도 비견되는 변화무쌍한 이 대곡을 그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구현해냈다. 밴드의 음악 감독 스콧 토튼의 기타 연주는 인상적이었다. 서프 뮤직 특유의 쨍쨍하면서도 유려한 사운드와 기타 솔로를 자유자재로 뽑아냈다.
‘God Only Knows’(1966년)는 칼 윌슨(1946∼1998)의, ‘Do You Wanna Dance?’(1965년)는 데니스 윌슨(1944∼1983)의 생전 영상과 협연해 감동을 줬다.
아쉬운 것은 두 가지. 솔로 활동 중인 원년 리더 브라이언 윌슨(74)의 부재, 고음에 집중돼 귀에 부담을 준 음향. 다음 내한 땐 전문 공연장에 모시고 싶다. 아니면 차라리 야외 록 페스티벌 무대로.
무리가 아니다. 2010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국내 헌정 밴드 ‘둔치 보이스’가 젊은이들을 광란의 춤판으로 이끈 것을 떠올리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