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아닌 인재경쟁
이번 대국을 치른 구글의 진짜 목적은 AI 인재 확보였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는 측근들에게 “우리가 가진 핵심인력은 10여 명밖에 안 된다. 이번 대국을 보고 AI 인재들이 구글에서 연구하기를 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1월 구글이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알파고 논문을 발표하기 몇 시간 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자신들의 AI 바둑 프로젝트를 페이스북에 소개한 것을 두고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두 회사 경쟁은 AI 바둑이 아니라 인재경쟁”이라고 했다.
책 ‘글로벌 인재’를 낸 스탠퍼드대 신기욱 교수도 “이번 대국을 보며 알파고보다 알파고를 만든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은 인재경쟁”이라며 “글로벌 인재를 끌어오면 단지 ‘인적 자산(human capital)’만 오는 게 아니라 그가 가진 브랜드, 경험, 정보, 인맥 같은 사회적 자산(social capital)이 함께 온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올 사람 입장에서 ‘와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
전직 서울대 총장은 “노벨상급 석학을 교수로 영입했지만 오래 있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문화 포용력도 떨어지는 데다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환경이 안 되어 있고 진지한 연구 풍토도 없으며 돈도 많이 주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라는 거였다.
이번 대국을 통해 충격도 받았지만 AI 공부를 제대로 한 것은 큰 소득이다.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인공지능 수용’을 설파했고 미래창조과학부도 별도 팀을 만들어 계획을 짠다고 한다. 과학기술부처에서 일했던 한 공대 교수는 “기업들은 미래 기술 없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니 정부는 기업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은 혁신 리더(innovation leader)는 어렵고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만 가능한 것 같다”는 한 학자의 얘기도 귓전을 때린다.
꼭 한국인이어야 하나
김 전 소장은 새 벤처기업을 만들어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