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이대호. 스포츠동아DB
■ ML 시범경기 첫 홈런의 의미
AZ 좌완 레이놀즈 상대 146m짜리 솔로포
시애틀 40인 로스터 제외선수 불구 무력시위
서비스 감독 “타구 맞고도 대형홈런” 감탄
이대호(34·시애틀)의 시범경기 첫 홈런은 25인 로스터를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명타자쪽은 어떨까. 첫 번째는 거포 넬손 크루스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붙박이 주전 지명타자다. 지명타자 2번째는 1루수 첫 번째인 린드다. 1루수 2번째 전력으로 분류된 유망주 몬테로는 지명타자 3번째에도 이름을 올렸다. 1루수에서 이대호에 이어 4번째인 가비 산체스는 지명타자에서도 4번째 선수다.
현재 상황에서 이대호는 1루수와 지명타자 모두 팀 내 경쟁에서 한 발 뒤져 있다. 스플릿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불리함이다. 시범경기 출장도 계약의 영향으로 들쭉날쭉하다. 단장과 감독이 한마음으로 주전 선수로 맹활약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그러나 이대호는 특유의 당당하고 담대한 마음으로 이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이대호는 8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시범경기에서 6-10으로 뒤진 8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왼손 투수 맷 레이놀즈를 상대로 볼 카운트 1B-2S서 시속 137km의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월솔로아치를 그렸다.
경기 직후 스콧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릎에 타구를 맞은 직후 공을 480피트(약 146m)까지 날려 보냈다. 파워가 대단하다. 흥미로운 타격이다”고 칭찬했다. 미국인 특유의 립 서비스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미국 언론에서 처음 보도된 이대호에 대한 감독의 호평이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는 홈런 비거리를 공식적으로 측정하지 않는다. 이날 이대호의 홈런은 관중석 맨 끝 철망을 때렸다. 서비스 감독은 비거리를 146m로 표현하며 이대호 특유의 힘을 강조했다.
이대호는 8-10으로 뒤진 9회말 팀의 마지막 찬스였던 무사 1·2루서 2루수 땅볼 병살타로 물러났다. 시범경기 타율은 0.400(5타수 2안타)이 됐다. 시애틀은 8-10으로 패했다. 이대호는 경기 후 시애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빠르지 않은 공이었는데 강하게 때렸다. 그러나 마지막 타석에서 병살타를 쳐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