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40/야권통합 충돌]
“내가 다 생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현안에 대해 주변 사람과 상의해 결정하기보다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속전속결로 움직인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차르(옛 러시아 황제) 김종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야권 통합 제안 과정도 마찬가지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 결정 여부를 놓고 당내 여론이 들끓던 1일 밤, 그는 “내일부터는 다른 기사들이 나오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퇴근했다. 그리고 2일 오전, 그는 전격적으로 야권 통합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 카드는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불과 5일 전만 해도 그는 “당 차원에서 후보 연대를 하자는 얘기는 할 수 없다”며 “당을 쪼개고 나간 사람들인데 후보 연대를 할 거면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비공개 회의에서 “신당의 두 축은 ‘지지도’와 ‘자금’인데, 둘 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한다.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실패로 정당보조금 확보에 애를 먹는 데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합 제안에 깔린 자신감의 근거다. 더민주당에서는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의 경쟁력 여론조사까지 이미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복귀하면 출마할 지역구까지 거론된다.
지난달 29일 김 대표가 ‘비상 대권’을 확보한 것도 통합 제안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야권 통합 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복당 제한 규정, 합당 시 중앙위원회 의결 등의 내부 절차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의 막강한 힘은 역시 공천권에서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김 대표가) 공천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 대표를 영입해 대표에 앉힌 사람이 문재인 전 대표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결정이기 때문에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도 침묵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일종의 ‘공포정치’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