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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돌아와요 아저씨’ 포스터 크레딧의 비밀

입력 | 2016-03-03 08:00:00

‘돌아와요 아저씨’ 홍보물에는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출연 비중 순으로 출연자들이 소개되어 있지 않다. 사진제공|SBS


출연진 이름 순서에 예민…이름표로 해결
포스터 하나에도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

화제의 드라마 KBS 2TV ‘태양의 후예’ 포스터에는 송중기·송혜교·진구·김지원 순으로 출연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여배우가 단독으로 주연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출연자의 극중 비중을 따져 남녀주연과 조연순으로 나열하는 건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해당 연기자들 역시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경쟁작인 SBS ‘돌아와요 아저씨’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대체로 포스터 아래 부분에 표기하는 출연진의 이름을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정지훈, 오연서, 이민정, 김수로, 김인권 등 연기자들의 얼굴 사진 옆에 이름을 갖다 붙였다.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서는 출연진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박인환을 시작으로 김수로, 최원영, 김인권, 정지훈 순으로 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 “내 이름이 왜 뒤에…?”

사실 연기자들은 포스터를 비롯한 다양한 드라마 홍보물에 게재되는 자신의 이름과 그 순서에 상당히 민감해 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연기자로서 자신의 위상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들여다보는 사람은 각 연기자의 ‘스타 파워’를 가늠할 수도 있다.

당초 ‘돌아와요 아저씨’도 그 출연 비중에 따라 정지훈, 오연서, 김수로, 이민정 순으로 이름을 올리려 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내부에서 ‘잡음’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연기자가 이름 순서를 두고 예민한 반응을 드러낸 것이다. 제작진은 다양한 방식을 제시하며 조율을 시도하는 등 진땀을 빼야 했다. 결국 제작진과 출연진은 포스터에 연기자의 이름을 모두 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 이름 순서는 자존심

이 같은 상황은 주연급 연기자들이 많이 포진한 드라마에서 특히 자주 빚어진다. 저마다 출연 분량도 비슷해 이름 순서를 정하기 모호한 까닭도 있다. 어느 누구라도 나서서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자존심을 내건, 보이지 않는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이런 ‘신경전’을 애초에 차단한 드라마도 있다. 지난해 방송한 KBS 2TV ‘프로듀사’다. 김수현, 아이유, 차태현, 공효진 등 톱스타급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이름이 포스터 등 홍보물에 어떤 순서로 오를지 방송계에서는 관심이 많았다.

제작진은 누구나 받아들이기 쉽도록 ‘데뷔 순’으로 하자는 의견을 냈다. 연기자들도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차태현·공효진·김수현·아이유 순이 됐다. 여기서 한 명이라도 “노!”라고 했다면 문제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연기자들은 포스터나 드라마 엔딩, 보도자료 등에 표기되는 이름 순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 논란이 커지면 나이나 데뷔 순으로 결정하는 게 상책”이라고 귀띔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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