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년 리더]<19>영어 단어장 앱 만든 남성전 인사이터 대표
남성전 인사이터 대표는 “‘시험에 뭐 나오니’를 만드는 데 1년 정도 걸렸다”며 “같은 비전을 꿈꿀 수 있는 사람들만 있으면 돈이 없어도 창업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8일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남성전 인사이터 대표(28)가 멋쩍게 웃었다. ‘시험에 뭐 나오니’는 빅데이터로 만든 수능·공무원 시험 대비 영어 단어장이다. 올해 1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루에 100명 정도가 이 앱을 내려받는다.
“‘수갑을 채우다’라는 뜻을 지닌 ‘handcuff’란 단어는 경찰공무원 시험에만 나와요. 국회직에선 등장하질 않아요. 그런데 서점에 나와 있는 영어 단어장 책들은 경찰, 법원직, 국회직 이런 구분 없이 만들어져 있어요. 공무원 시험 대비 영어 단어장이라고 해서 한 권으로만 돼 있는 거죠. 각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자들에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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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장을 만들게 된 건 9년째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 때문이었다. 광운대 영어영문학과에 다니는 남 대표가 한동안 그를 붙잡고 가르쳐주기도 했지만 친구는 번번이 영어에서 과락을 받았다. 그는 친구에게 어떤 책을 보냐고 물었다. A사의 영어 단어장으로 공부를 한다는 친구는 “유명해서 이 책을 골랐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그때 ‘친구가 좀 효율적으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에게 자신들이 만든 시험 분석 보고서도 매주 따로 보내주고 있다.
인사이터는 2014년 12월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청 창업 맞춤형 사업에 지원해 받은 돈으로 일을 시작했다. 남 대표의 집 근처인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빌라를 빌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친구들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 분석 도구 ‘소셜 인사이터’를 만들었다.
“SNS 데이터 분석 도구를 만들어 대학생들에게 한 달에 5000원씩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어요. 분석 보고서 하나에 3000만∼4000만 원 하거든요. 너무 비싸서 대기업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내죠. 결국 분석 도구를 만들긴 했는데 싼값에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분석하기 위해 서버를 돌리는 데만 한 달에 700만∼800만 원이 들어가요.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올여름 그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때로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민이 되기도 한다. 주변에선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고 묻지만 실제로 그가 본인을 위해 쓰는 돈은 예전보다 줄었다. 아직까지 ‘시험에 뭐 나오니’로 벌어들인 수익은 한 푼도 없다. SNS 데이터 분석, 빅데이터 강의 등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시험에 뭐 나오니’는 22일부터 유료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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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터의 모토는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분석이 세상을 바꾼다’이다. 그래서 남 대표는 아직도 SNS 데이터 분석 도구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걸 묻자 그는 “우리가 처음에 하고 싶었던 것, SNS 데이터 분석 도구를 평범한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쉽고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남 대표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동안 명함 모아 놓은 걸 보니 학생 때는 만나 뵐 수 없었던 유명한 분들과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더라고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의 결과를 떠나서, 그런 것들이 제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