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관련한 중국의 일관된 태도 실험 전 경고, 도발 직후 요식적 비난… 北 제재 막으려는 필사적 노력 중국 기업 3자 제재 가능한 미 의회 북한제재법안 통과 기대 우리 목표는 핵실험 중단 아닌 핵포기… 핵무장 정당화 술수 경계해야
천영우 객원논설위원·(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아산정책연구원 고문
북한의 핵실험 때마다 중국이 보여준 행동에는 철저한 일관성이 있다. 실험 직전까지는 준엄하게 경고하다가 일단 과거사가 되는 순간부터 태도가 돌변한다. 도발에 대한 요식적 비난이 끝나기 무섭게 북한을 감싸고 가혹한 제재를 막는 데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중국이 그간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과정에서 보여준 북한 체제 수호를 위한 충정은 눈물겹다. 결의안 초안을 작성하는 나라는 미국이지만 중국이 거부권을 담보로 북한에 고통을 줄 만한 내용을 모두 빼고 유명무실한 솜방망이 제재로 만들어 버린다. 안보리 제재는 중국이 그 수위와 내용을 결정하는 사실상 중국의 제재이므로 중국의 동참은 의미가 없다. 중국이 말로는 아무리 비핵화의 미덕을 칭송해도 그 정책과 행동의 결과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할 동기를 박탈할 뿐 아니라 북한이 안심하고 핵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역할에 충실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이 비핵화보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더 중시하는 대북정책을 고수하는 한 이런 수치스러운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중국의 자세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해도 북한이 핵 포기보다 불안정을 선택할 것이라는 불합리한 전제와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행 제재가 형성한 손익구조하에서는 핵개발이 북한에는 저비용 고효율 생존수단일지 모르나 중국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준의 제재를 가할 결기를 보이는 순간 북한의 전략적 계산은 달라진다는 이치를 간과한 것이다. 핵무장의 대가가 안정을 흔들 수준으로 높아지면 생존을 위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열리므로 실제로 불안정 사태를 피하면서 비핵화도 달성할 수 있는데도 중국은 시도조차 거부한다. 제재는 중국이 주장하는 대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리게 하여 외교적 평화적 해결의 마지막 기회를 살릴 고육지책이고 아직도 남아있는 유용한 수단일 뿐이다.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 뻔한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를 저지하려고 엄포만 남발하는 것보다 비핵화의 동력을 살릴 기회로 활용할 전략과 순발력이 중요하다. 실험을 계속한다는 것은 매번 기술적 진척을 이룬다는 점에서 우려할 일이지만 실전 배치할 수준에 미달했음을 의미하므로 더 이상 실험이 필요 없는 상황에 도달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북한이 실험에 성공해 핵무기를 미사일에 장착할 능력을 확보하면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을 미끼 삼아 협상 공세로 나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북한에 더 이상 필요 없는 핵·미사일 실험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개발한 핵을 포기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핵 동결을 미끼로 핵무장을 정당화하려는 북한의 요술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여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린 후에 재개되는 대화라야 의미가 있다. 그때까지는 제재에 대한 집중력이 흔들리면 안 된다. 지금은 회담 타령을 할 때가 아니고 회담 테이블의 모양새에 대해 논할 때는 더더욱 아닌 이유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