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 경협’ 이란대통령 배려, 박물관 누드조각들 상자로 가려 “저자세” “영혼팔아” 비난쇄도
“누드가 어때서?”
26일 이탈리아 소셜 미디어는 때아닌 누드 조각상 사진과 함께 이런 항의성 코멘트로 후끈 달아올랐다. 전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정상회담 장소였던 로마 캄피돌리오 박물관 누드 조각상에 얽힌 뒷이야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이날 로마제국의 유서 깊은 궁궐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이곳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동상 아래서 170억 유로(약 22조 원) 규모의 경제협력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이 로마 제국의 후예 이탈리아에 막대한 공물을 안겨주며 한껏 경의를 표한 듯 여겨질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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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자국을 방문한 이슬람 국가 지도자를 위해 누드 조각상을 가린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무함마드 알 나하얀 왕세자가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도 누드 조각상을 가려줬다. 이슬람 문화권에선 사람의 형상을 한 조각을 우상 숭배로 간주한다. 여성의 신체 노출도 엄격히 금지한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총리실은 별도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별도의 요청을 하진 않았지만 손님을 편안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준 점을 매우 고맙게 여긴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