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아기 거래’ 이면엔… 법 개정 4년 명암
‘논산 아기 매수 사건’으로 구속된 임모 씨(23·여)에게 자신의 아이를 넘겼던 미혼모 A 씨는 경찰에 이렇게 진술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입양 전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절차 때문에 인터넷으로 양부모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현재까지 입건된 미혼모 3명의 공통된 주장이다.
A 씨처럼 본인 아기를 남에게 입양시키고 싶어 하는 미혼모들이 반드시 본인의 호적에 먼저 아기를 입적시켜야 하도록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것은 2012년 8월이었다. 입양아가 성장한 뒤 친생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법 개정 이전엔 생모가 아기를 이른바 ‘고아 호적’에 올린 뒤 남에게 입양시키는 ‘우회로’가 있었지만 법 개정 후 길이 막혀 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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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입양특례법을 개정하며 함량 미달의 양부모를 걸러내기 위해 입양을 ‘지방자치단체 신고’에서 ‘법원 허가’ 사항으로 바꿨지만 이 역시 취지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14개월이었던 수양딸을 쇠파이프로 때려 숨지게 해 지난해 징역 20년형을 확정 받은 김모 씨(48·여)는 법원에 허위 재직증명서 등을 내 입양 허가를 받아냈다. 법원의 입양 허가율은 90% 안팎이다.
특히 임 씨처럼 몰래 사온 아기를 자기가 낳은 것처럼 허위로 출생신고하는 경우엔 속수무책이었다. 인우보증(隣友保證·친구 친척 이웃 등 가까운 사람들이 증명해 주는 것)을 활용하면 출생증명서 없이 성인 2명의 보증만으로 출생신고를 받아주는데, 임 씨는 남동생(21)과 사촌동생(21·여)을 동원해 아기 2명은 자기가 낳은 것처럼, 1명은 고모(47)가 낳은 것처럼 꾸며 출생신고를 했다.
입양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우보증 제도를 보완하고 미혼모가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아기 이름을 뺄 수 있도록 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7개월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라 19대 국회에서 통과될지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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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와 경기 군포시 새가나안교회 등 2곳이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
조태승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입양아를 위해 친생부모의 정보는 따로 관리하되 입양 전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조항은 없애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