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 사회부 차장
그래서 힘깨나 쓴다는 고위직 부패는 보통의 검사가 아닌 ‘특별한 검사’가 전담한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지방검찰청마다 특별수사부가 설치돼 고위층의 금품 수수 비리와 기업주의 횡령, 배임 등 대형 범죄를 단속한다. 일선 검찰의 핵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는 특수부 4개가 있다. 원래 특수3부까지 있었으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13년 폐지된 이후 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 개 부서를 늘렸다.
2013년 4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검 중수부는 폐지되기 전 최고 사정기관으로서의 위상이 확고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이 조사를 받고 감옥으로 직행했다. 경우에 따라 ‘살아 있는 권력보다 죽은 권력에 강하다’거나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권력형 비리와 대형 경제범죄, 국회의원 및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비리를 엄단한 ‘수사 능력’만큼은 독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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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대검 중수부의 위상과 역할을 국민에게 각인시킨 대표적인 수사였다. 당시 삼성 현대차 LG SK 한진 한화 두산 롯데 금호 동부 등 재벌기업들이 안대희 중수부장이 지휘하는 중수부 조사를 줄줄이 받았다. 한나라당이 불법 대선자금을 받을 때 냉동 탑차에 현금을 실어 받은 사실이 드러나 그 유명한 ‘차떼기’란 말이 이때 생겨나기도 했다.
특별수사단이 닻을 올리면 이제 관심은 첫 수사가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시작될지에 모아질 것이다. 중수부 부활 논란 속에 출범하는 만큼 수사의 명분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은 김수남 총장과 김기동 특별수사단장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인권침해 시비를 차단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별수사단에 던지는 ‘국민의 뜻’은 명확하다. 국민은 옛 중수부의 일부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으라고 한 것이지, 느슨한 수사력으로 거악(巨惡) 척결을 대충 하라고 명령한 적이 없다. 오히려 고위층 비리는 이전보다 더욱 강도 높게 파헤치기를 국민은 갈망한다. 특별수사단은 우리 사회에서 힘 있고 돈 많은 고위층이 저지른 범죄를 단죄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역사적 사명의식을 갖고 소신껏 수사해서 국민에게서 박수갈채 받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야 한국이 재도약할 수 있다.
이태훈 사회부 차장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