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준 사회부장
강용주.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시민군으로 참여했다 정신적 외상을 입은 그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다. 모진 고문에도 끝내 전향을 거부한 ‘죗값’으로 14년을 복역해야 했다. 출소 후 학업을 마치고 의사가 된 그는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을 맡아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세월호 참사 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을 찾아 아픔을 나눴다. “고통 속에서도 삶은 지속되는 거야. 자부심을 가져. 그것이 죽은 친구들에 대한 의무야.” 그렁그렁한 눈으로 “너희들 아프지? 나도 아파. 지금도…”라며 고통에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서는 자신의 삶을 얘기할 때는 학생들의 눈시울도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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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현실은 자꾸 이들의 아픈 기억을 건드린다. 학교 측은 당초 졸업식 때 숨진 학생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고창석, 양승진 교사와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학생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참사의 흔적을 지워 버리려는 명예졸업식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유족들의 의견이었다. 학생들이 쓰던 2학년 교실, 이른바 ‘4·16 기억교실’을 둘러싼 이견도 심각하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제 희생자들의 추억이 깃든 집기는 별도의 추모공간으로 옮기고, 신입생들에게 교실을 물려줘 학교를 정상화하자고 했지만 유족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16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선 ‘단원고 특별전형’이 논란이 됐다. 단원고 특별전형은 정원 외 선발이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의 몫을 빼앗는 게 아니다. 또 대학 자체 기준에 못 미치면 불합격 처리되므로 무조건 합격도 아니다. 그런데도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특혜 시비,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아득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청문회는 여당 추천위원들이 대거 불참하는 바람에 반쪽짜리가 됐고, 활동기한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정쟁(政爭)과 이념 대립으로 헛바퀴를 돌 뿐이다.
김은지 단원고 스쿨닥터는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갖가지 갈등으로 아이들이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졸업식만큼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치를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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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준 사회부장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