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 어머니들이 대리 맞선… 껄끄러운 질문하며 ‘짝짓기’ 책임 전가에 가정교육 실종된 미성숙 부모 자식의 합작품 우리사회의 낯부끄러움 드러내 한국 정치도 미성숙의 극단… 책임지는 용기와 성숙 키워야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그러고 보니 이젠 부모 상견례 후에 남자가 여자에게 “나랑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프러포즈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상례라 하니, 자녀를 향한 부모의 입김이 끊임없이 거세지고 있음을 그 누군들 부인할 수 있으랴 싶다.
결혼시장으로 가기 전 취업시장에서도 부모의 목소리가 거세진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채용 설명회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는 부모들이 하나둘 눈에 뜨이더니만, 아들 딸 입사시험 보는 날 회사 주위를 서성거리는 부모들 모습은 단골 풍경이 되었고, 합격자 발표 후엔 “내 자식이 왜 떨어졌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다”는 부모님들 전화에 스트레스 지수가 급상승한다는 인사 담당자들의 푸념도 들려온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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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철부지 사회의 특징으로 가타다는 참을성과 저항력이 부족하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습관이 배어 있으며, 의존적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일련의 병리적 특성을 지목하고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자기애적(自己愛的) 자존감’과 성인이 된 이후 필히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 속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 사이의 괴리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좌절의 고통을 애써 부인하고 포기의 지혜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부지 부모가 철부지 자녀를 만들게 된 원인으로는 흔히 가정교육의 실종이 그 주범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철부지 사회’의 필자는 원래 전통사회에서도 가정교육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가정에선 주렁주렁 달린 자녀들 입에 풀칠하기도 바빴던 탓에, 소수의 귀족 가문을 제외하곤 언감생심 가정교육은 꿈도 꾸지 못했으리란 것이다.
대신 어른을 향한 공경과 기본적 예의 및 버릇을 가르친 건 마을 공동체의 몫이었다는 것이다. 피차 뉘 집 자식인 줄 알고 지내던 전통사회에선 마을 어르신들이 우리의 상상 속 ‘가정교육’을 직접 수행했으리란 것이 그녀의 해석이다. 이후 산업화와 더불어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낯선 도시에서 익명적 개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게 되면서 비로소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는데, 정작 가족 안에 진정한 어른들이 사라지게 되면서 가정교육은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철부지 사회’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네는 사회 각 방면에서 ‘철부지 사회’라 불러 손색이 없을 낯부끄러운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했다. 특별히 우리 정치문화는 한국식 가족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주창했던 한 정치학자의 고백이 상기될 만큼, 미성숙함의 극단을 달려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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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