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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학대당한 ‘16kg 소녀’, 일반 가정에 위탁해 보호할듯

입력 | 2015-12-28 03:00:00

방치된 학대아동, 치료-돌봄 어떻게




인천 학대 피해 아동 A 양(11)은 혈연관계가 없는 일반 가정으로 위탁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27일 “최근 아동학대사례전문위원회를 열었고 A 양을 보호시설보다는 일반 가정에 위탁하는 것을 가장 비중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현재 A 양을 맡아 기르겠다는 지원 연락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A 양은 태어난 후 가정의 따듯한 보살핌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현재 A 양은 혼자 있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한다. 어릴 적 애착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데다 집 안에 갇혀 있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년기에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방치하면 성장 후에도 우울증을 겪거나 폭력성을 지니고 사회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A 양의 경우 사회적 관심 덕에 이처럼 신속하고 집중적인 돌봄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학대 아동은 신고 후에도 여전히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 특정 보호자의 집중 관리 없이는 큰 효과 없어

A 양 사건 같은 심각한 아동학대가 신고 되면 지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사례전문위원회를 열어 그 아동에게 필요한 치료 및 돌봄에 대해 협의하고 결정하는 절차를 따른다. 하지만 문제는 A 양처럼 부모의 학대를 받은 경우 아이 곁에서 밀접하게 돌봐줄 전문 상담가 없이 치료가 이뤄지게 된다는 것. 연초 발생했던 어린이집 교사 폭행사건의 경우 피해 아동이 가장 가까운 부모의 돌봄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A 양과 같은 피해 아동은 그 역할을 하는 보호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미정 여주대 보육학과 교수는 “A 양처럼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동은 전문 상담가 1, 2인이 부모처럼 집중적으로 보호해줘야 한다”며 “그 보호자의 돌봄을 통해 아동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 인력구조에서는 이들이 1명의 아이에게 전념하기 어렵다. 2014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명이 연간 168건의 사건을 맡았다. 위탁가정 역시 아직 국내에서 하려는 가정도 별로 없고 제도 자체도 활성화돼 있지 않다. 혈연관계가 없는 가정으로의 위탁은 2014년 기준 790가구(전체 위탁 가정의 7.2%)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6개월 이상 관련 기관에서 아동을 관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버지에게 수년간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던 이모 군(10)은 4개월가량 쉼터에 있으며 심리치료를 받을 때는 다소 안정됐으나 쉼터를 나와 비용 문제로 치료를 중단한 후로는 여전히 폭력적인 행동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美, 英 위탁가정 활성화

바람직한 돌봄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복지인력을 대폭 늘리기 어렵다면 모범적인 가정이 자발적으로 일반위탁가정으로 참여해 1, 2년가량 아이들을 맡아서 기르는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부모로부터 학대 받은 아이들이 18∼22개월 정도 위탁가정에 맡겨져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면서 사회성과 자존감 등을 회복하도록 한다. 또는 부모가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입양이나 자립 등을 돕는다. 정경운 국립서울병원 청소년정신과장은 “돌봄자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도움을 줘야 피해 아동의 회복 속도나 치료 효과도 좋다”며 “국내에서도 많은 가정이 위탁가정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정부나 관련 기관은 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평상시에도 가정환경, 경제적 수준, 부모의 정서 상태 등이 검증된 ‘잠재적 위탁가정 명단’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교육 및 관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동에 대한 관리는 학교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교사 임용이나 보수 교육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 및 징후, 조치 등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대 부모 특화 교육 절실

보건복지부가 아이 양육과 관련된 전국 주요 7개 민간·공공기관이 실시하고 있는 ‘부모교육’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동학대와 관련된 내용이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숙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심리학)는 “부모의 역할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임신·출산 과정에서 부모의 정신건강 등을 체크하고 잠재적 위험 대상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학대 방지 예방교육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부모가 이혼했을 경우 이들을 잠재적 학대 행위 위험자로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 檢 “학대한 아버지 친권상실도 청구” ▼

2013년 이사前 학대도 추가수사


인천지검 형사3부(부장 박종근)는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인천 학대 피해 아동 A 양(11)의 아버지 B 씨(32·구속)를 기소할 때 친권 상실도 법원에 청구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사건 이후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자녀를 상습적으로 학대하거나 중상해를 입혔을 경우 반드시 부모의 친권 상실을 청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검사가 이런 의무조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아동보호전문기관장이 검사에게 친권 상실 청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또 A 양에 대한 학대가 2013년 인천으로 이사 오기 전 경기 부천시에서 살았을 때부터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섰다.

이지은 smiley@donga.com·이세형 기자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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