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피해 의료분쟁 사례집’ 나와
감정 결과 이는 병원 측 과실로 드러났다. 병원 측은 김 씨에게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또 급성 통풍에는 소염제를 통한 염증치료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통풍 약을 투여했다. 병원 측은 결국 2700만 원을 유족에게 손해배상액 명목으로 지급해야 했다.
이같이 의약품 피해로 발생하는 의료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중재원이 ‘예방적 관점에서의 의약품 피해 의료분쟁 사례집’을 최근 발간했다. 이전까지 의료분쟁에 관해 피해자들이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유형별로 피해자들이 중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없었던 사례들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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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약을 처방하기 전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한 사례는 보상받을 수 있다. 박모 씨(70)는 심부전과 고혈압으로 이뇨제를 복용하던 중 증세가 악화돼 2012년 7월 병원에서 기존과 다른 처방을 받았다. 원래 투여하던 이뇨제에 추가로 다른 이뇨제를 처방받았던 것. 그러나 새롭게 처방된 이뇨제를 복용한 후 박 씨는 의식을 잃고 20여 일 후 사망했다.
중재원의 감정 결과 병원에서 박 씨에게 약제를 추가로 처방할 때 신장기능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병원 측은 약을 복용할 때 주의 사항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중재원의 이 같은 감정 결과를 수용해 2700만 원을 유족에게 지급했다.
적절한 용량의 약을 투여받지 않은 사례 역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모 씨(72·여)는 척추협착증으로 종합병원에 다니던 도중 2013년 9월 뇌 손상이 발생했다. 병원이 처방한 주사를 맞은 직후였다. 중재원의 감정 결과 해당 주사를 투여한 것은 이 씨가 기존에 복용하던 약을 감안했을 때 과도한 양이었다. 결국 병원 측은 이 씨에게 2200만 원을 보상해줘야 했다. 이 외에 간호사의 실수로 다른 환자의 약을 투여받은 사례, 항생제 주사를 맞은 후 난청이 발생한 사례 등도 조정이 가능했다.
○ 피해액 산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조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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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씨 가족의 요청으로 감정에 나선 중재원은 “저용량 항응고제 처방으로 인한 약국의 조제 과실이 있고, 저용량 향응고제 복용과 뇌경색 발생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면서도 “다만 후유장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해 지금은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조정을 하지 않았다. 중재원은 피해자 가족이 다른 의료기관, 손해사정인 등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액 산정을 먼저 받을 것을 권고했다.
의료분쟁은 겪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만일 의료사고가 생겨 분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의료사고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조정신청서와 의료사고 피해경위서를 작성해 중재원에 내면 된다. 중재원은 3개월 안에 병원과 환자 간 중재에 나서야 한다.
이민호 중재원 상임감정위원은 “의료사고를 예방하려면 환자나 보호자가 질병 상태와 치료법, 결과에 대해 의료진에게 자세히 물어봐야 한다”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기록지, 검사기록 등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례집은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설치된 의료사고예방위원회와 보건소 등에 배포할 예정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홈페이지(www.k-medi.or.kr)에서도 볼 수 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