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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엘니뇨 지나면… 2016년엔 추운 라니냐 온다

입력 | 2015-12-25 03:00:00

WSJ “겨울이 오고 있다”
북남미에 가뭄… 농산물 수확 타격
한국 등 북태평양지역에 추운 겨울




‘엘니뇨는 잊어라. 라니냐가 오고 있다.’

올해 슈퍼 엘니뇨의 기세가 꺾이지 않아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고온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가운데 엘니뇨 다음에 발생할 라니냐에 대비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인터넷판에서 경고했다. WSJ는 라니냐가 이상 한파를 몰고 온다는 점에 착안해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겨울이 오고 있다’는 올해 에미상 12개 부문을 석권한 HBO의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추위와 함께 몰아닥칠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라는 경고성 인사말이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태평양 서쪽 수온이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이상 기상현상을 말한다. 엘니뇨는 크리스마스 무렵에 시작된다고 해서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를 뜻하는 ‘그 아기’에서 따온 용어다. 라니냐는 부활절을 전후한 3∼4월에 시작돼 그 여동생이란 뜻의 스페인어를 붙인 것이다. 엘니뇨가 발생한 뒤 반드시 라니냐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기상청의 조사 결과 엘니뇨가 15번 발생하면 그중 11번은 라니냐가 뒤따랐다.

일본과 호주의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엘니뇨가 1997∼98년 이래 가장 강력한 데다 내년 6월까지 1년 반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여 라니냐가 수반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농산물시장에선 엘니뇨보다 라니냐가 훨씬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남미 대륙과 미국 곡창지대에 가뭄이 들고 동남아와 호주지역에선 사이클론이 많이 발생해 농작물 수확이 크게 줄어든다. 그러면 콩과 옥수수, 밀, 설탕, 면화, 커피 같은 작물 가격이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반면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타격을 받은 농산물로는 설탕, 팜유, 낙농제품 등이 꼽힌다. 실제로 2010년 라니냐가 발생했을 때 시카고상품시장에서 설탕 가격은 67%, 콩은 39% 상승했으며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이 21%나 올랐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한국을 포함한 북태평양 지역 국가들에는 추운 겨울이 찾아오기 때문에 연료비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 올해 슈퍼 엘니뇨가 지구촌 평균 기온을 3.6도 이상 상승시킨 것을 감안하면 내년 라니냐는 오뉴월에 서리까지 내리게 할지도 모르겠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