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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방송 주관 KBS, 터널에선 ‘먹통’

입력 | 2015-12-23 03:00:00

터널-지하철 10곳 중 8곳 이상… DMB-라디오 방송 수신 불량
중계설비 없어 비상상황 무방비




전국 도로와 철도(지하철 역사 포함)에 설치된 터널 10곳 중 8곳 이상에서 디지털미디어방송(DMB)과 FM라디오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널이나 지하철 역사에서 각종 사고가 났을 때 재난방송을 보거나 듣지 못해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전국에 산재한 모든 터널 3026개(도로터널 1669개, 철도터널 621개, 지하철 역사 736개)를 대상으로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가 내보내는 DMB와 FM라디오의 수신 불량률을 조사한 결과 DMB는 83.5%, FM라디오는 87.5%로 각각 집계됐다고 밝혔다. KBS는 DMB와 FM망을 통해 재난방송을 한다.

특히 철도터널에서 DMB와 FM라디오 수신 불량률은 99%에 이르러 사실상 ‘먹통’ 상태였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시의 경우 조사가 이뤄진 66개 도로터널 가운데 KBS 라디오가 잘 들리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부산시는 59개 도로터널 모두 수신 불량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 터널과 지하철 역사에서 DMB보다 FM라디오의 수신 불량률이 더 높다는 점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FM라디오가 DMB보다 더 잘 나올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결과다.

전국 도로와 철도에 설치된 터널과 지하철 역사 등을 소유,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도로공사, 서울메트로 등 34개 공공기관은 지난해 6월 개정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재난상황을 알리는 방송중계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시행령 등이 완비되지 않아 설치하지 않았을 경우 법적으로 제재조항은 없다. 이 때문에 지자체 등이 대당 4000만 원 정도인 방송중계설비 구매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신무경 fighter@donga.com·김기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