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t의 교체 외국인타자로 빼어난 활약을 펼친 댄 블랙은 선발투수가 필요한 kt의 망설임 속에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해 마이애미와 계약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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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재계약 망설이자 댄 블랙 마이애미와 계약
“우리 팀에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20대 초반은 아직 신체적으로 성장이 끝난 상태가 아니다. 그래서 부상 위험이 높다. 외국인선수 구성을 투수 3명, 야수 1명으로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이유다. 그러나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투수가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중간한 투수라면 공격력 강화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kt 프런트가 외국인타자 댄 블랙(28)과 재계약을 망설이던 상황에서 조범현 감독은 이 같은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구단 입장에선 또 다른 걱정도 있었다. 바로 ‘블랙 역풍’. 댄 블랙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헐값 조건을 제시한 뒤 거부를 유도해 보류선수로 묶어둘 수도 있지만, 최근 흐름과 에이전트 및 외국인시장 네트워크 관리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투수 보강을 위해 풀어줬을 경우에는 댄 블랙이 타 팀으로 이적해 내년 시즌 홈런을 펑펑 날리며 대활약을 펼칠 수도 있다. 그러면 구단은 곧장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된다. 최근까지 국내 복수의 팀이 댄 블랙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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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현장이 만족할 만한 투수를 확정하지 못해 댄 블랙과 협상을 미루고 있었다. 올 시즌 54경기에서 타율 0.333, OPS 0.989, 12홈런, 32타점을 기록한 수준급 외국인타자를 놓친 것은 아쉽지만 역풍을 피했다. 이제 팀의 확실한 선발 카드 역할을 해줄 외국인투수 찾기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역풍을 차단한 영리한 기다림이 될지, 올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퇴출된 필 어윈의 전철을 밟는 ‘장고 끝의 악수’가 될지는 kt 구단의 몫이 됐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