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연쇄테러 이후 약 3주 만에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1위에 올랐다.
6일 치러진 1차 투표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국민전선은 광역자치단체인 도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28%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또 본토 13개 도 가운데 6곳에서 1위에 올랐다. 반면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는 우파 야당 공화당(LR)은 27%,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 사회당(PS)은 23.5%로 각각 2,3위에 머물렀다.
이번 선거는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최종 평가전 성격을 띠고 있어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2차 투표까지 선전할 경우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서 몸값이 치솟을 전망이다. 르펜 대표는 이날 선거 뒤 “대단한 결과”라면서 “국민전선은 논쟁의 여지없이 프랑스 제1정당”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反) 이민, 반 유럽연합의 기치를 내건 국민전선의 약진은 올 한 해 유럽을 휘몰아친 난민 사태에다 지난달 13일 파리에서 발생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동시다발 테러가 ‘기폭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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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 대표는 또한 올 여름 TV 인터뷰에서 자신을 ‘마담 프렉시트(프랑스의 EU탈퇴)’라고 칭하며 “2017년 정권을 잡게 되면 프랑스는 ‘큰 재앙이자 반민주주의의 괴물’인 EU를 떠날 것이며, ‘프랑화’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국민전선 돌풍은 유럽 난민사태와 테러 여파로 유럽전역에 부는 ‘극우돌풍’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올해 6월 덴마크 총선에서 중도보수 자유당과 극우 성향의 덴마크국민당(DPP)이 손잡은 우파 연합이 1위를 차지했다. 또 10월 실시된 폴란드 총선에서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우파정당 ‘법과정의당’(PiS)이 8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고 좌파는 1석도 못 얻고 몰락했다. 10월18일 실시된 스위스 총선에서도 스위스국민당(SVP)이 주도하는 중도우파 연정이 승리했다.
집권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파리 테러 이후 시리아 보복 공습 등으로 강력 대응하면서 최근 지지율이 30% 이상 급등해 50%대를 넘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회당 등 좌파 정당에 대한 전반적 지지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BBC방송이 평가했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3일 1, 2위 등 상위 득표자 간 2차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집권당인 사회당은 국민전선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2곳의 결선투표에서 후보를 사퇴시켜 공화당 후보와 연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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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