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조끼 입은 무장괴한 2명 LA인근 재활센터 행사장 총격 경찰, 추격전 끝에 2명 사살… 용의자, 2015년초 사우디 여행 다녀와 보복 범행-IS 관련여부 조사중
용의자 파루크
특히 총기 사건이 교회 학교 극장 병원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는 양상을 보여 미국 사회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다만, 범인이 함께 일했던 동료 상당수를 살해한 것이어서 계획적인 테러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사건은 이날 오전 11시경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약 95km 떨어진 인구 21만4000여 명의 샌버나디노 시의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인 ‘인랜드 리저널 센터’ 회의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곳에서는 카운티 공중보건과 직원들이 장소를 빌려 연말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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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파루크
범인은 파키스탄계 시민권자인 사이드 파루크(28). 5년 전부터 샌버나디노 카운티 보건국에서 환경보건 전문가로 근무해왔다. 함께 사망한 여성 타슈핀 말리크(27)는 그의 부인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파루크는 올봄 사우디아라비아로 한 달간 여행을 다녀왔으며 이때 온라인에서 만난 부인을 데려왔다고 동료들은 증언했다. 한 직장 동료는 “그에게서 광신도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고 (테러와 관련한) 의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범행 당일 아침 자신의 아기를 가족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목격자는 “사건 당일 파루크가 행사장에서 다른 참석자와 말싸움을 한 후 밖으로 나갔다가 30분 뒤 무장한 채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목격자는 “파루크가 행사 내내 조용히 있다가 단체사진을 찍기 전에 사라졌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남녀가 함께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00∼2013년 발생한 총격 사건 160건 중 2명 이상의 범인이 저지른 사건은 2건, 범인이 여성인 사건은 6건에 불과하다며 “남녀가 함께 가담한 총기 난사 사건은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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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샌버나디노 지역에는 범인들이 범행 장소와 아파트 등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샌버나디노는 한인 밀집 지역이지만 아직까지 한인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12년 12월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네티컷 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이후 사상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학교 병원 극장 장애인시설 등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는 이른바 ‘소프트 타깃’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