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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진정성 의심돼” 安 “창조적 파괴를”… 벼랑끝 대치

입력 | 2015-12-01 03:00:00

[갈림길에 선 야당]문재인, 혁신전대 우회 비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전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벼랑 끝 대치’를 하고 있다. 문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이 중요하다”며 안 의원의 역제안을 겨냥했지만 안 의원은 30일 당의 기반인 광주를 방문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고 받아쳤다. 문 대표는 최고위 발언이 안 의원 제안 거부로 확산되자 “지나친 단정”이라고 발을 뺐다. 야당의 내홍은 급류를 타고 있다. 》

“당의 혁신안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건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문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끝은 혁신이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전날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을 거부하고 ‘혁신 전당대회’를 제안한 안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다만 문 대표는 이날도 안 의원 제안의 수용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표가 ‘혁신위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안 의원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문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내년 4월 총선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생각하는 최우선 가치가 혁신임이 재차 확인됐다”며 “결국 문 대표가 ‘기존의 혁신안을 좌초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이럴 경우 안 의원과의 정치적 결별까지 불사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반면 비주류 진영에서는 문 대표의 ‘출구 전략’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비주류 인사는 “결국 혁신안의 실천만 보장될 수 있다면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문 대표가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 발언’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자 문 대표 측은 이날 오후 진화에 나섰다. 문 대표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문 대표의 발언은 혁신위의 혁신안이 당초 일정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이를 (안 의원의) 혁신 전대 제안을 거부했다고 보는 건 지나친 단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표 역시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이야기를 더 듣겠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결단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시한(12월 2일) 이후 이번 주 중으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예산안 등 중요한 정기국회 현안을 처리한 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선의 김성곤 의원(전남 여수갑)은 이날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를 내려놓겠다”고만 밝혀 상황에 따라 수도권 등에 출마할 여지는 남겨뒀다. 김 의원은 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이후 “3자 연대에 찬성한다”는 중진 의원들의 성명서를 주도할 정도로 문 대표 측과 가깝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문 대표의 혁신 드라이브에 이어 ‘호남 물갈이’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안철수, 광주서 文에 직격탄 ▼


안철수 의원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서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창조적 파괴.’

안철수 의원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혁신토론회에서 꺼낸 화두다. 안 의원은 “기득권에 연연하고 고통을 두려워해서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표를 ‘기득권 세력’으로 지목하며 정조준한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문 대표가) 이대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말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문 대표가 “당의 혁신안조차 거부하는 건 혁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말을 반박한 것이다. 안 의원은 “지금 현재 혁신안이 부족하단 건 문 대표도 인정하고 국민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혁신 전당대회를 통해 보다 더 큰 혁신을 하자”고 문 대표를 압박했다. “문 대표의 결정이 이번 주 내에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뜻을 같이하는 분들, 맨손으로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갈 용기 있는 분들과 혁신의 대장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끝내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면 탈당 등 초강수를 던질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창조적 파괴는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파장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안 의원과 가까운 문병호 의원은 “(혁신 전대가 열리지 않으면 안 의원이)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날 안 의원이 마주한 호남 민심은 심상치 않았다. 안 의원은 “시민들로부터 ‘간철수(간보는 철수)’가 아니라 이제 ‘강철수(강한 철수)’가 된 것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대선 단일화 등에서 후보에서 물러나 ‘철수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던 안 의원이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안 의원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반응도 우호적이었다. 2012년 대선 당시 새정치연합 광주지역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무진 스님은 “다시 정치를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당을) 나오면 호남 의원들도 같이 따라 나올 분이 있다”고 했다. 택시기사 A 씨는 “호남을 고향이라 생각하고 자주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B 씨는 “문 대표와 안 의원이 날 새도록 토론해서 결판을 내야 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 의원은 광주 방문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표정이다. 야권 지형을 ‘친문재인 대 반문재인’ 프레임으로 재편하고 호남을 기반으로 ‘반문재인’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광주=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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