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인의 엄마입니다]<中>‘예산 2조원 시대’의 허상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처음 예산안을 편성한 2014년 이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예산은 연평균 24.1% 증가했다. 내년에는 1조9011억 원에 이르고 2017년에는 2조 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애인 엄마들은 “체감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 장애인 예산의 ‘착시효과’
광고 로드중
내년도 장애인 예산에서 이를 제외하면 1조4641억 원이다. 2014∼2016년도 복지부 장애인 예산의 실질증가율은 24.1%가 아닌 8.91%가 되는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복지부 전체 예산 증가율인 8.85%보다 불과 0.0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 지원 예산을 포함해도 올해 대비 내년도 장애인 예산 증가율은 1.5%로 복지부 예산 증가율 3.9%보다 오히려 낮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구 결과 1990∼2014년 장애인 분야의 복지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28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장애인이 복지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주요 사업 곳곳에 ‘사각지대’
실질적으로 예산이 늘지 않으니 장애인이 복지 혜택을 체감하기도 쉽지 않다. 예컨대 복지부의 장애인 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장애인연금은 5483억 원(내년도 예산안)이지만 장애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1급 장애인이 장애인연금을 최대로 받더라도 월 30여만 원에 그쳐 소득대체율이 30%(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광고 로드중
복지 예산 가운데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활동보조서비스 예산(5009억 원)은 해마다 8%씩 늘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실질 수요에 맞춰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 가족을 대신해 활동보조인이 장애인을 돌보는 제도. 서비스를 받으려면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신체활동능력’ 위주로 평가해 정상적인 사고를 못하지만 몸이 불편하지 않은 장애인은 혜택을 받기 힘들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정신지체를 앓는 장애인 9만7000여 명 중 이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740명뿐이다. 장애인을 돌봐주는 활동보조인 처지에서는 중증장애인이든 경증장애인이든 받는 돈이 같아 돌봄이 더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오히려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 수요자의 목소리 들어야
전문가들은 복지 예산의 증액이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현 상황에서 장애인 가정의 실질 혜택을 높이려면 수요자 중심의 예산 편성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특히 정확한 실태조사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이승기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의 장애인 정책은 전체적으로 서비스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며 “현재 인구주택총조사 개념의 장애인 실태조사가 아닌 장애인 가정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해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에 비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정신지체나 뇌성마비 등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선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인 관련 예산은 그동안 장애인 예산 중에서도 뒷전이었다”며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복지관에 조금만 예산을 증액해도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