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았던 한일전 뒷이야기 선수들 “파티는 우승뒤” 경기후 숙소로… 일부 어제 휴식도 반납하고 특타 훈련 日 감독 “충격 커서 잠을 못잤다” … 에이스 오타니 “한국, 끈질기고 강해”
‘9회의 기적’은 ‘8회의 기적’보다 짜릿했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 8회초 이승엽의 2점 홈런이 2015년 더 짜릿한 9회초 이대호의 2타점 적시타로 ‘업그레이드’됐다. 칭찬에 인색한 김인식 감독도 “2006년 일본전 승리도 기쁘고 좋았지만 오늘은 더욱 극적인 승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오타니 내려갔을 때? 속이 시원했어”
이에 대해 고쿠보 감독은 “(8회에 이어) 9회도 (투수를) 노리모토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1점 차로 역전당했다”며 “그 흐름을 끊을 수 없었던 나의 계투 (판단) 미스(잘못)”라고 자책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절대 이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경기에 져서 너무 분하다. 그 한마디뿐”이라고 말한 고쿠보 감독은 20일에도 “어제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선수들도 충격이 컸겠지만 감독인 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한국과 단기간에 두 번이나 만날 줄은 몰랐다. 분하다. 한국은 끈질기고 강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오재원이 손아섭보다 발이 좀 더 빠른 편이다. 그래서 선두 타자로 먼저 출루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오재원이 주자 없을 때 치고 나가는 데 유리하다고 보았고 손아섭은 주자가 있을 때 좀 더 잘 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오재원 먼저, 손아섭 다음으로 대타를 기용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일까지 3일 연속 해물탕만 먹고 있다. 해물탕을 특별히 좋아해서가 아니다. ‘그저께 갔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18일 숙소 근처 해물탕 집에서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이겼다. 오늘도 그 해물탕 집을 찾을 예정”이라며 우승의 의지를 내비쳤다.
○ 축하는 우승 뒤로
대표팀은 20일 공식훈련 없이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김현수(두산)는 하루 휴식을 받은 이날도 특타 훈련을 자청했다. “삼진을 세 개나 먹었으니 쉴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민병헌, 허경민(이상 두산), 나성범(NC), 황재균(롯데)도 휴식을 반납하고 훈련에 동참하며 우승을 향한 집념을 드러냈다.
준결승전의 영웅 이대호는 “후배들이 포기하지 않고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나도 지고 싶지 않았다. 이제 한 경기 남은 만큼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