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대형 출판사들 제치고 신작 에세이 판권 예약
《 “A출판사는 수억 원을 제시했대요.”, “B출판사도 그 금액까지 간 것 같아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6)의 신작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한국어판 판권을 두고 10월 초부터 국내 출판사 간 경쟁이 치열했다.9월 일본에서 발간된 이 책은 기존 하루키의 에세이와 달라 작가로서의 인생과 글쓰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아 상품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한국어판이 현대문학 출판사를 통해 발간될 예정이다. 또다시 ‘하루키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수많은 소문 속에 지난주 최종 승자가 결정됐다. 주인공은 ‘현대문학’ 출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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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출판사 관계자는 “그간 하루키 에세이의 선인세는 5000만 원에서 1억 원 안팎으로 대부분 출판사들이 이 수준으로 하루키 측에 오퍼를 냈다”며 “하지만 5억 원이란 파격적 금액을 제시한 현대문학이 판권을 가져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출판사 측은 “2억 원까지는 생각했는데 너무 치솟아 포기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문학은 “선인세 액수를 밝힐 순 없다. 다른 출판사와 비슷한 액수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계약상 선인세 액수를 공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하루키뿐만이 아니다. 곧 출간되는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라플라스의 마녀’도 과거 게이고 소설 선인세(1억5000만 원 내외)의 2배 수준인 3억 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신작 ‘조슈아 프로필’도 유럽 지역 선인세의 5배에 이르렀다.
○ “해외 출판사들에 한국 출판계는 봉”
곧 국내에 발간될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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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이전시 관계자는 “다른 나라는 출판사 간 카르텔까지는 아니어도 과도한 선인세가 제시되면 서로 ‘계약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함부로 선인세를 높일 수 없다”고 밝혔다.
막상 고액의 선인세로 외국 서적을 들여와도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한 출판사 편집장은 “1억 원대 선인세를 주고 일본 유명작가의 소설을 발간해 6만 부가량 팔았지만 수익은 선인세 비용에도 못 미친다”며 “5억 원의 선인세를 주면 1만 원짜리 책을 50만 부는 팔아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단행본의 경우 해외 저서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달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국내 출판사들이 20여 년간 수익을 내면 국내 저자 발굴에 투자하지 않고 해외 유명 작품 수입이나 부동산 투자에 급급했던 결과”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