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후반 선수 교체… 野, 매일매일 선수 교체
한상준·정치부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를 보며 기자는 여야 의원들의 묘안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정은 이렇다.
정부의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결특위는 위원이 50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예산을 줄이거나 늘리는 예산소위는 여당 8명, 야당 7명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선물’을 챙기기 위해 예산소위에 들어가려는 여야 의원들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결국 지난주 여야 원내지도부는 예산소위 위원을 여야 1명씩 늘려 17명으로 확대했다.
꼼수 증원을 놓고 비판은 거셌다. 김재경 예결특위 위원장조차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16명밖에 안 되는데 (예결위 산하) 예산소위가 17명이라니 말이 되느냐”며 여야 합의에 퇴짜를 놨다.
그러자 여야는 엉뚱한 해법을 내놨다. 예산소위에 8명을 임명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매일매일 선수를 교체하기로 했다. 8명 중 1명이 돌아가면서 매일 교대로 예산소위에 빠지도록 순번을 정한 것이다. 야당 몫은 7명이지만 사실상 8명을 예산소위 멤버로 다 활용하는 꼼수다.
새누리당도 ‘밥그릇 지키기’에 동참했다. 예산소위에 ‘전반-후반 선수교체’ 전술을 택한 것이다. 감액 심사에는 안상수 의원이, 증액 심사에는 안 의원 대신 이정현 의원이 참여하는 식이다.
여야는 테러방지법을 비롯해 전·월세 문제 등 현안을 두고는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예산소위처럼 이권을 챙길 수 있는 곳이라면 꼼수나 야합도 불사한다. 이런 국회가 정말 ‘국민을 위한다’는 국회인가.
한상준·정치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