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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첫 美 공인재무분석사 애널리스트 신순규씨 에세이 펴내

입력 | 2015-10-28 03:00:00

“장애 넘어 사회서 한몫 한다는 정체성 필요… 눈에 보이는 것에 파묻히면 소중한 걸 잊어”




“장애(disability)와 능력(ability)은 별 차이가 없어요. 앞 세 글자만 빼면 됩니다.”

1급 시각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공인재무분석사(CFA)를 따고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에서 근무해 온 신순규 씨(48·사진)의 말이다. 신 씨의 얘기를 담은 에세이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판미동)의 간담회가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다.

“‘dis’라는 글자를 없애려면 ‘D.I.S’를 갖춰야 합니다. ‘결심(Determination)’ ‘정체성(Identity)’ ‘기술(Skill)’이죠. 장애인이란 정체성에 함몰되기보다 ‘사회에서 한몫을 하는 1인’이란 정체성을 앞세워야 해요.”

신 씨는 아홉 살 때 녹내장과 망막박리로 인해 시력을 잃었다. 22번의 수술을 거쳤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안마사로 만들지 않겠다”며 열다섯 살인 그를 미국의 맹인학교에 보내 피아노를 전공하게 했다. 하지만 피아노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한 신 씨는 일반고로 옮겨 공부에 열중했고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펜실베이니아대에 동시 합격했다.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없다는 말을 듣고 도전했다는 그는 2003년 CFA를 취득한 후 투자은행인 JP모건을 거쳐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에서 일하고 있다.

“볼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지만 시력이 항상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에요. 눈이 주는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아요. 장애인 성공 스토리를 자랑하려 책을 쓴 건 아닙니다. 눈으로 보이는 화려한 삶 속에 파묻혀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을 잊지 말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