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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부상에도 마스크 쓴 양의지 ‘필승 의지’

입력 | 2015-10-23 03:00:00

2회 도루 저지하고 안타 2개




“포수 장비를 다 갖춰 입고 나니 양의지(사진)가 다가와 ‘선배, 쉬십시오. 제가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진짜 멋있는 놈이구나’ 생각했어요.”

22일 NC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두산 홍성흔은 포수로 출전할 뻔했던 전날의 순간을 떠올렸다. 2차전에서 파울 타구에 맞아 발가락 미세골절을 입은 양의지 대신 포수 마스크를 낀 최재훈마저 3차전에서 파울 타구에 복사뼈를 맞고 드러누웠다. 만약을 대비해 더그아웃에서 대기했던 홍성흔이었지만 포수 미트를 놓은 지 8년 만에, 그것도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다시 안방마님 역할을 하기란 ‘부담’ 그 자체였다. 벤치에서 이를 바라보던 양의지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결국 양의지는 4차전에서 절뚝이는 발로 선발출장을 결심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양의지가 뛰겠다는 의지가 강해 선발출전시켰다”고 말했다. 전날 NC에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점수 차로 패한 두산은 이날 지면 가을 야구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전날 패배 후 “양의지의 공백이 컸다”고 말했다. 1차전 7-0 대승의 주인공인 니퍼트를 다시 선발로 내세운 두산은 당시 니퍼트와 배터리를 이루었던 양의지에게 포수 마스크를 쓰게 하면서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홍성흔이 경기 전 “내가 포수로 나가야 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100분 토론에 나갈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양의지는 말없이 훈련에만 몰두했다. 이날 포수 겸 5번 타자로 나선 양의지는 2회초 NC에서 첫 안타를 치고 나간 이종욱의 도루를 저지했다. 니퍼트와 양의지는 서로를 향해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양의지는 2회말 김현수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중견수 앞 안타로 팀의 두 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또 6회 우중간 안타를 치며 무사 만루 상황을 만드는 데 일조했고 고영민의 안타 때 득점까지 했다. 부상을 잊은 양의지의 ‘의지’가 빛났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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