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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연설, 박수 한 번 못받았다

입력 | 2015-10-22 03:00:00

中 지도자론 첫 英의회 연설
“中, 2000년 前부터 법치” 발언에 냉담 반응… 연설 끝나고도 침묵
여왕 “홍콩 자치보장 약속 지켜달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영국 방문에서 열렬한 환대를 받고 있지만 20일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 한 역사적인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에서 법치를 강조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시 주석이 “영국이 가장 오랜 의회제 국가지만 중국은 2000년 전부터 법치를 시행했다”고 말한 대목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민의 손에 권력이 있고 법치로 운영되는 영국 시스템과 사회주의 법에 기반을 둔 중국식 모델을 비교한 것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일부 의원은 근대 민주 헌법의 초석으로 평가받는 ‘마그나 카르타’(대헌장)가 제정 800주년을 맞아 최근 중국 순회전에 들어갔지만 베이징(北京) 런민(人民)대에서 전시 전날 갑자기 취소되고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등 지방 도시 영국총영사관 등에서만 전시되는 점을 거론하며 중국이 법치와 민주주의를 강조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시 주석은 중국과 영국이 2차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협력했다는 것을 언급해 역사적 교류를 강조했지만 자신이 연설하고 있는 영국 의회가 1840년 아편전쟁을 승인한 곳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의원들은 11분 동안 진행된 연설 도중에는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끝난 후에 기립 박수는 없었다. FT는 “시 주석이 의회제의 요람에서 어색한 순간을 맞았다”고 전했다.

이날 의회 연설은 시작부터 어색했다. 존 버커우 하원 의장이 시 주석을 소개하면서 “이곳에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도 섰으며 다음 달에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설 것”이라고 말했다. 버커우 의장은 수지 여사를 ‘인권의 상징’으로, 인도를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로 치켜세우는 대신 중국에 대해서는 “강한 국가만이 아니라 도덕적 영감을 주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20일 저녁 버킹엄 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덩샤오핑(鄧小平) 선생의 일국양제라는 통찰력이 있어 홍콩을 반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1997년 홍콩을 반환하면서 했던 홍콩 자치 보장에 대한 약속을 계속 지켜 달라”고 해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을 건드리기도 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여왕이 중국 칭찬 일변도의 분위기에 균형을 잡았다고 전했지만 중국 관영 중국칭녠왕(靑年網)은 “여왕이 일국양제를 호평했다”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공식 회담이 아닌 비공개 회담에서 인권 등 모든 현안을 얘기하겠다”고 말했다가 노동당의 폴 플린 의원으로부터 “자신을 문 개(犬)의 손을 핥는 행동”이라는 막말을 들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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