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원 정치부 차장
역사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을 어떻게 평가할까. 동물국회보단 식물국회가 낫다는 논쟁이 있었지만 공허할 뿐이다. 어느 쪽이든 대화와 타협,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선량(選良)들이 만들어 가야 할 민의의 전당과는 번지수가 한참 다르다.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올해 정기국회를 마무리하면 19대 국회도 역사의 뒤안길이다. 하지만 ‘마지막 숙제’인 차기 국회 구성을 위한 규칙 만들기 작업은 엉망진창이다. 이른바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노골적 여야 대리전의 전초기지로 변질된 끝에 두 손 두 발 다 든 채 코마상태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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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릴 듯 말 듯 애처롭다. 여야 합의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될 경우 조직과 인지도에서 앞서는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 유리한 게임이 된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그럴듯한 구호 뒤에 기성 정치권의 기득권 지키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13대 국회 이래 많게는 206명(17대), 적게는 139명(16대)의 초선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들은 국회를 살찌우기도, 병들게도 한 양날의 칼이기도 했다.
1996년 개원한 15대 국회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재 산실의 용광로였다. 진영이나 이른바 ‘정체성’ 같은 것보다는 잠재력이나 능력 본위로 과감히 인물을 발탁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의화 김무성 김문수 이재오 남경필 홍준표 안상수 이회창 맹형규 김한길 김근태 정세균 천정배 정동영 신기남 추미애 등 숱한 스타가 나왔다.
반면 2004년 탄핵바람 속에 탄생한 17대 국회 초선의원들에게는 여의도를 갈등과 분쟁이 지배하는 싸움터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많이 나온다. 오죽했으면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초선의원 108명을 일컬어 ‘백팔번뇌’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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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선거를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유권자가 나서줘야 썩은 내가 진동하는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도 수없이 들었다.
정권 창출을 목표로 인재를 발굴하고 공직선거에 최적의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정당의 존재 이유다. 하지만 여야가 앞다퉈 ‘나쁜 정치인’ ‘불량 정치인’을 투표용지에 올리기 위한 경쟁을 계속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개혁 대상이 된다는 것은 역사의 진리다.
하태원 정치부 차장 triplets@donga.com